'바닷속 노다지'서 미확인 생물 5000종 서식 확인

  • 남예진 기자
  • 2023.06.03 00:15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서 발견된 해삼. (사진 미국해양대기청(NOAA) 해양 탐사)/뉴스펭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서 발견된 해삼. (사진 미국해양대기청(NOAA) 해양 탐사)/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다량의 희귀 금속이 매장된 태평양 심해에 미확인 생물이 5000종 이상 발견돼 심해 채굴에 의한 생물다양성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배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광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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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온-클리퍼터 해역 위치를 나타낸 지도. (사진 미국지질조사국(USGS))/뉴스펭귄
클라리온-클리퍼터 해역 위치를 나타낸 지도. (사진 미국지질조사국(USGS))/뉴스펭귄

급증하는 광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사람들은 심해에 매장된 광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중 한 곳이 멕시코와 하와이 사이에 위치한 중·동부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이하 CCZ)'이다.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매장된 망간 단괴. 수심 4500~5500m 부근에서 발견된다. (사진 flickr James St. John)/뉴스펭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매장된 망간 단괴. 수심 4500~5500m 부근에서 발견된다. (사진 flickr James St. John)/뉴스펭귄

CCZ는 평균 수심은 약 5000m, 총면적은 약 600만㎢로 한국 면적의 약 60배에 달하며, 해저에 첨단 기술 제품에 사용되는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철 △희토류 등으로 이뤄진 망간 단괴가 다량 매장돼 있다.

이에 CCZ에선 채굴 계약 17건이 체결됐고, 기업들은 향후 단괴 채굴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고안 중이다.

다만 학자들은 "CCZ내 채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연구진은 정부·기업·학계의 이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얼마나 많은 생물이 CCZ에서 서식 중인지 분석에 나섰다.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서식하는 생물들. 해삼, 산호, 선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터를 잡고 있다. (사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서식하는 생물들. 해삼, 산호, 선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에 터를 잡고 있다. (사진 How many metazoan species live in the world’s largest mineral exploration region? 논문)/뉴스펭귄

그 결과, CCZ에서 서식 중인 5578종 가운데 92%가 공식적인 이름조차 명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중에서도 중복으로 보고된 종이 최소 2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학계에 보고된 436종 중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 해삼(Psychronaetes hanseni). (사진 WoRDSS:The World Register of Deep-Sea Species, IFREMER)/뉴스펭귄
학계에 보고된 436종 중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 해삼(Psychronaetes hanseni). (사진 WoRDSS:The World Register of Deep-Sea Species, IFREMER)/뉴스펭귄

하지만 이름이 명명된 436종 중에서도 6종만이 다른 지역에서도 보고된 만큼, 지금껏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종이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연구진은 "CCZ의 심해저평원에 비해 해저산과 기반암이 드러난 해저 지형 등에선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지 밝혀진 바가 적다"며 "CCZ의 생물다양성이 과소평가 됐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생물분류학자 뮤리엘 라보네(Muriel Rabone) 연구원은 "CCZ에 최소 6000~8000종 이상의 생물들이 서식 중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CCZ에 수많은 종이 살고 있지만, 채굴 사업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보호를 위해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아드리안 글로버(Adrian Glover) 연구원은 "이처럼 독특한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자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굴 업체들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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