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 김지현 기자
  • 2023.05.07 00:05
(사진 Energy Industry Review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Energy Industry Review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우리는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 양은 83억톤 이상이다 . 지난 30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4배로 늘어 현재 연간 3억8000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단지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바다와 같은 자연환경에 버려진다.

미국 환경매체 에코워치(EcoWatch)의 4월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현재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속도를 고려할 때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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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종이, 천, 알루미늄 등과 달리 자연스럽게 분해되지 못한다. 대신 태양열, 파도, 바람과 같은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점점 작게 부서진다.

그중에서도 지름이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은 깊은 바다부터 높은 산악지대, 우리 몸의 혈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당신이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소개한다.

 

1. 미세플라스틱은 무엇일까?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생산된 것일 수도 있고, 바람과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작게 조각난 것일 수도 있다. 이 두 유형의 미세플라스틱은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에는 치약과 세안제에 흔히 들어가는 '마이크로비즈'라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에서 나오는 미세섬유가 포함된다.

다양한 화장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비즈는 물에 잘 씻겨서 하수시설을 통과해 강과 바다로 흘러가기 쉽다.

플라스틱을 가공한 합성섬유에서는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섬유가 대량으로 떨어져 나온다. 2016년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 연구진은 4인 가족 1회 빨래량(6㎏) 만큼 의류를 빨래해 재질별로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나오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한 번 빨래할 때마다 아크릴에서 미세플라스틱 약 73만개, 폴리에서테르에서 미세플라스틱 약 49만개가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2차 미세플라스틱은 물병, 빨대, 비닐봉투, 낚시 그물 등과 같은 대형 플라스틱 제품이 태양열이나 파도, 바람 등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작게 부서진 것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모든 미세 플라스틱의 2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2. 미세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

미세플라스틱은 작은 크기 덕분에 바람과 물을 타고 멀리 이동할 수 있어, 깊은 바다와 높은 산악지대 등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미세플라스틱은 극지방 눈에서도 발견되며, 지구상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해구와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야생동물에게 큰 피해를 준다. 동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나 새의 배가 플라스틱 조각들로 가득 찬 사진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해양환경단체 오셔나(Oceana)에 따르면, 호주 로드하우(Lord Howe)섬에 사는 푸른발톱갈매기 90% 이상이 복부에 적어도 플라스틱 한 조각을 갖고 있다.

이처럼 동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게 되면, 미세플라스틱은 동물의 식도와 내장을 막거나 상처를 낼 수 있다. 또 동물이 미세플라스틱 섭취로 가짜 배부름을 느껴 실제 먹이 섭취량이 줄고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 동물의 공간감각 능력과 번식능력을 저해해 개체수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진 Ocean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Ocean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데, 이는 서울시보다 큰 미국 뉴욕시(783.8km²)만한 쓰레기차가 1년 내내 1분마다 폐기물을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이다.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키면, 미세플라스틱에 들어있는 환경호르몬이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고 생식기능을 저해한다. 또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이 해양생물의 면역체계와 신경계, 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참치, 고래, 바다거북 등 큰 해양동물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먹잇감을 먹어 치사량만큼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몸속에 쌓게 될 수도 있다.

2015년 동아프리카 레위니옹섬에 사는 붉은바다거북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181조각. (사진 WWF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015년 동아프리카 레위니옹섬에 사는 붉은바다거북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181조각. (사진 WWF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3.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2019년 6월 국제과학학술지 ‘환경과학기술저널(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은 매년 5만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 이는 매주 신용카드 1장 무게(5g)의 플라스틱을 먹는 것과 같다. 게다가 연구진은 일부 식음료를 대상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실제로 인간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될까?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음식에서 흔히 나온다. 특히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과 음료수는 포장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티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2019년 9월 국제과학학술지 ‘환경과학기술저널(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95℃의 뜨거운 물에 '실크티백'이라고 불리는 삼각 티백을 담을 경우 티백 1개에서 미세플라스틱 약 116억개가 나온다.

티백을 뜨거운 물에서 우릴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사진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등재 논문)/뉴스펭귄
티백을 뜨거운 물에서 우릴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사진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등재 논문)/뉴스펭귄

또 우리는 다양한 해산물을 먹으며, 그 안에 든 미세플라스틱도 함께 먹게 된다. 2022년 11월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레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어류 7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과일과 채소도 뿌리를 통해 매우 작은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한다. 또 미세플라스틱은 먼지처럼 공기 중을 떠다녀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다.

학계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호흡기 문제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장 내 유산균과 같은 미생물을 교란해 소화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플라스틱에는 내분비계 균형을 깨뜨리는 환경호르몬이 있어 호르몬 작용과 생식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심지어 미세플라스틱은 DNA를 손상하거나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4. 미세플라스틱을 피하는 법

그렇다면 이토록 유해한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다행히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이 있다. 물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첫째,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보습제, 치약, 클렌징폼, 비누, 선크림, 립밤, 화장품, 향수 등을 살펴보자. 성분표를 통해 해당 제품에 마이크로비즈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나일론(PA), 폴리프로필렌(PP), 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가 흔히 미세비즈에 포함되는 성분이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사진 Pexels)/뉴스펭귄

둘째,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는다.

일부 플라스틱은 가열하면 유해성분이 나와 음식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물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다른 접시에 옮겨 데우자.

또 코팅이 된 종이컵도 뜨거운 음료를 부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 때문에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사진 Pexels)/뉴스펭귄

셋째, 플라스틱병에 든 물과 음료수는 피하자.

2018년 3월에 미국 뉴욕 프레도니아 주립대학 연구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병에 든 물이 수돗물보다 2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다. 플라스틱병에 든 물과 음료수를 피하고, 수돗물도 여과해 마시는 것이 좋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넷째, 세탁 방법을 바꾸자.

옷을 세탁할 때마다 수많은 미세섬유가 나온다. 2017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섬유는 바다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35%를 차지한다.

세탁 방법을 바꾸면, 이 미세섬유가 하수도를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세탁기에 미세섬유 필터를 설치하거나 촘촘한 세탁망 안에 옷을 넣어 미세섬유가 하수도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건조기를 사용하면 옷에서 미세섬유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햇빛에 말리는 것이 좋다.

세탁시 옷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미세섬유 세탁망. (사진 알맹상점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세탁시 옷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미세섬유 세탁망. (사진 알맹상점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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