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도시텃밭,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 이수연 기자
  • 2023.02.09 18:03

내손으로 키워먹는 '친환경' 도시텃밭 물결
참여자 늘어나는데 예산과 땅은 줄어든다?

(그래픽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도시텃밭에서 작물을 키워보니 편하게 사먹기보다 스스로 길러 먹는 방식이 근원적인 삶과 가깝다는 걸 느껴요. 기후위기의 대안은 흙과 순환하는 삶이 아닐까요."

서울 강북구에서 비건 카페를 운영하는 이선아 씨는 강북마을텃밭에서 3년째 생태농사를 짓는 '도시농부'이기도 하다. 매년 4월 초에 도시텃밭이 문을 열면 토종씨앗을 심고 주 1회는 꼭 방문해 작물을 돌본다. 카페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텃밭에 뿌리기도 한다. 그렇게 기른 감자, 고추로 음식을 해먹고 무, 배추로 적은 양이나마 김치를 담근다.

전남 순천시의 한 도시텃밭 (사진 순천시)/뉴스펭귄
전남 순천시의 한 도시텃밭 (사진 순천시)/뉴스펭귄

10년새 5배 늘어난 도시농부,
건강한 먹거리 얻고 공동체성 회복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에 있는 땅에 농사를 짓는 활동이다. 물론 농작물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먹을 채소를 직접 키우는 것을 뜻한다. 소비가 익숙한 도시에서도 자기 손으로 작물을 길러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농부 200만 시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밝힌 2021년 도시농부는 174만명, 도시텃밭은 약 19만개에 이른다. 전체 텃밭면적은 1030ha 정도로 여의도 3.5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2011년 도시농부 38만명이 도시텃밭 486ha를 경작하던 때에 비하면 대폭 증가했다. 그중 서울 도시농업 참여자는 2011년 4만명에서 2021년 67만명으로 17배 늘었으며, 텃밭면적은 2011년 29ha에서 2021년 215ha로 약 7배 늘었다.

2021년 전국 대도시 도시농업 현황 (사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모두가 도시농부'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이전에는 '도시농업' 하면 베란다나 옥상에서 상자에다 채소를 키우거나 주말마다 도시 근교에 마련한 텃밭에 가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지역에서 '놀고 있는 땅'을 시민에게 분양해주는 도시텃밭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흙을 만질 기회가 흔치 않은데다가 도시에서 이웃과 모여 교류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텃밭은 건강한 먹거리뿐 아니라 정서적인 치유를 선사한다.

직접 키워 먹으니 '친환경' 지향
'무농약·무비료·무비닐'로만 운영하기도

자신과 가족들이 먹을 작물에 농약과 비료를 많이 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도시텃밭에서는 유기농, 무농약 등 친환경이 자연스럽다. 지난 6일부터 도시농부를 모집하는 대구 유성구 행복농장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비료는 사용하지만 합성농약이나 비닐은 쓰지 않는다. 서울 성동구, 경기 부천시, 전남 여수시 등은 올해도 무농약·무비료·무비닐 원칙을 지키는 친환경 도시텃밭만 운영한다.

심지어 친환경 도시농업 조례를 만드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 연제구 등은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고 도시텃밭에서 합성농약·화학비료·비닐멀칭 따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서울 성동구의 한 도시텃밭 (사진 성동구)/뉴스펭귄

참여자 늘어나는데 지원 축소? 
"지자체가 사유지 매입해야" 

광주 동구·남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도시텃밭이 열린다. 도시텃밭을 위탁운영하는 도시농업연구소 박상일 대표는 '100% 친환경 도시텃밭'을 설계한다고 자부했다. 그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그동안 사유지에서도 도시농업을 할 수 있어서 그 땅을 임대해 텃밭으로 사용했는데, 2020년부터 도시공원일몰제로 땅이 점점 사라지면서 광주 서구에 있던 도시텃밭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도시공원일몰제란 도시공원을 만들기로 계획하고 개발을 제한한 땅이 20년 이상 방치될 경우 토지주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결국 정부가 사유지를 사들여 안정적인 도시농업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어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의미한다. 현재 농업 일손이 부족한데 도시텃밭이 농업 일자리를 늘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구 유성구의 한 도시텃밭 (사진 유성구)/뉴스펭귄
대전 유성구의 한 도시텃밭 (사진 유성구)/뉴스펭귄

대구는 올해 도시텃밭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 대구시청 도시농업 관계자는 "긴급한 곳에 예산을 편성하느라 이쪽에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텃밭에 대한 시민수요는 늘고 있어서 아예 접지는 않고 민간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팔현텃밭, 금강텃밭 등 4곳을 사회적 협동조합들이 하나씩 맡기로 했다.

서울환경연합 김동언 정책국장은 "도시텃밭은 시민들이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기후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장"이라며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생물다양성을 일부 증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도시텃밭으로 쓰이던 땅이 사라지는 처지에 대해 "지자체가 사들이거나 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공원으로 조성하면서는 녹지공간보다 체육공원 같은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