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공단, ‘바다숲 조성’ 감사 이후 보고서 비공개한 이유는?

  • 최나영 기자
  • 2022.05.17 10:41

공단 “감사 이후 비공개하던 보고서 공개하겠다” 입장 바꿔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매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되던 ‘바다숲 조성관리사업 최종보고서’는 왜 2020년 이후 비공개 대상이 됐을까? 앞서 <뉴스펭귄>은 "공단이 2019년 감사원으로부터 바다숲 조성사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보고서가 더이상 게재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항을 개선했는지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취재를 통해 알렸다. 

그런데 보도 이후 공단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달 중 올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뉴스펭귄>에 밝혔다. 공단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바다숲 추진체계를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갯녹음(바다 사막화) 현상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대응해야 한다는 일부 환경단체들의 입장에는 공단이 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공단, <뉴스펭귄> 보도 이후 감사원 지적 사항 개선 여부 공개
“감사 이후, 인공어초 비율 축소하고 자연 암반 복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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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단이 <뉴스펭귄>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해수부와 공단은 2019년 감사원으로부터 조치 사항을 통보받은 이후 지난해 12월 ‘바다숲 조성‧관리 발전방안’을 마련해 바다숲 추진체계를 개선했다. 앞서 지난 11일 <뉴스펭귄>이 취재할 당시 공단 측은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을 개선했는지 여부는 비공개 대상”이라고 밝혔는데, 입장을 바꿔 개선 여부를 공개한 것이다.

보도 이후, 공단은 2020년 보고서도 이달 안에 홈페이지에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2020년 보고서는 감사 직후에 작성된 것이다 보니, 해당 내용에 대해 사람들이 자칫 오해를 할까봐 조심스러웠다”며 “보고서 공개가 의무사항도 아니어서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적을 받으려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만큼 감사 이후 보고서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2019년 보고서는 감사 전에 작성됐다. 2021년 보고서는 아직 작성되지 않았다.

이날 공단이 개선 사항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공단은 감사를 받은 이후 기존의 인공어초 중심의 방식에서 탈피해 효과적인 자연 암반 복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공단이 인공어초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 당시 공단은 바다숲 조성면적의 72~85%를 인공어초로 설치했다. 2016~2018년 자연암반 위에 해조류를 이식한 양은 인공어초 위에 이식한 양의 11~17%에 그쳤다. 하지만 공단은 이날 “감사 이후 인공어초 예산 비율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며 “인공어초 예산 비율이 2020년 41.9%에서 2022년 18.3%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갯녹음 직접 제거작업을 비롯해 바다숲 조성기법 다양화 비율도 높였다고 밝혔다.

 

공단 "바다숲 사후관리 미이행 방지하겠다…
“예산 부족한 지자체 바다숲,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 검토 중"

또 공단은 감사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바다숲 사후관리를 미이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지자체 참여를 유도하는 등 사후관리 품질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숲 조성 완료 해역에 대해 평가를 실시해, 성과가 미흡한 해역은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공단에서 관리한 뒤 지자체에 이관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의 ‘바다숲 조성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공단은 바다숲을 1년 동안 조성해 3년 동안 관리한 뒤 해조류 성장 등이 안정화되면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해 사후관리를 이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해수부는 바다숲 조성 효과를 점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자체에 이관하고 있었다. 인천시 A해역의 경우 바다숲을 조성한 뒤 해조류 생체량이 오히려 급감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이관했다. 바다숲 조성지를 선정할 때 사업의 사후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의 해역을 제외하지 않고 사업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바다숲을 조성해 지자체에 이관한 해역의 절반 이상에서 해조류 또는 해저서식 동물이 조성 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2019년 감사원이 공개한 해역별 바다숲 조성실태 수중조사 결과. 안산시ㄲ 해역과 제주시 ㄸ해역의 경우, 바다숲 조성 이후 해조류 또는 해저서식 동물이 조성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사진 감사원,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 재구성)/뉴스펭귄
2019년 감사원이 공개한 해역별 바다숲 조성실태 수중조사 결과. 안산시 ㄲ(C)해역과 제주시 ㄸ(D)해역의 경우, 바다숲 조성 이후 해조류 또는 해저서식 동물이 조성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사진 감사원,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 재구성)/뉴스펭귄

이날 공단 관계자는 “지자체의 사후관리는 지자체 예산으로 하는데, 부득이하게 예산을 적절하게 투입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바다숲은 국가에서 중장기적으로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재정 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공단은 해조류의 생식 주기를 고려해 해조류를 심고,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던 인공어초 계약을 공개경쟁 위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전문가‧시민단체‧어업인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TF를 꾸려 바다숲 조성이 완료된 129개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감사 이전에는 예산 집행 시기에 맞춰 무리하게 앞당겨서 해조류를 심는 경우가 있었다”며 “감사 이후, 적정 이식 시기에 따라 해조류를 심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식 바다숲 조성은 계속된다?
공단 “근본 원인 밝히고 대응하는 일은 우리 몫 아냐”

하지만 공단 측의 이같은 입장에도 바다숲 조성사업의 효과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환경단체는 바다숲 조성이 갯녹음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며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사업 진행 이후 바다숲이 오히려 줄어드는 해역이 2019년 감사 이후로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며 “관성화된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갯녹음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처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양돈 농가를 비롯한 곳에서 기인한 토양 오염물질 증가, 난개발, 조식동물 증가, 양식장에서 나오는 약품 등 갯녹음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추정되는 원인들을 조사하지 않고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서 공단 측은 근본 원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대처를 하는 것은 공단의 역할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양식업이나 농장, 양돈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뉴스펭귄>에 “공단은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의 방향과 맞춰 갈 수밖에 없어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바다숲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대응을) 했을 때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리스크(위험요인)들을 우리가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우리는 (그런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관련 산업을) 제한할 권한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조류를 먹는 성게와 같은 조식동물이나, (해조류 성장을 방해하는) 쓰레기를 걷어내는 등 생물학적인 요인에 대한 것은 공단도 하고 있지만 산업적 부분은 우리가 다루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사업을 중간에 끊지 않고 바다숲 조성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잘 자라지 못하고 있는 모자반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잘 자라지 못하고 있는 모자반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앞서 2019년 감사원에 따르면, 바다숲을 조성한 해역 중 일부는 되려 조성 전보다 해조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감사원은 바다숲 조성지를 동해‧서해‧제주 해역별로 1개소씩 총 3개소를 선정하고, 2019년 3월25일부터 한 달 동안 잠수부를 동원해 바다숲 조성실태를 수중조사했다. 조사 결과 부산시 B해역, 안산시 C해역, 제주시 D해역에서 모두 해조류 또는 해저서식 동물이 바다숲 조성사업 전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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