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날 특별기고] 몸살 앓는 지구, 우리의 과제는

  • 뉴스펭귄
  • 2022.04.22 05:00

올해 봄 산불은 유난히 크고, 잦았다. 환경단체들은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한다. 코로나19 이후 포장과 배달음식 이용자 수 증가를 비롯한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크게 증가했다.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바다 사막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기후위기와 오염ㆍ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 올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뉴스펭귄>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해양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위기’ 문제 현황과 해법을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들었다.

 

[해양오염]

생태적 회복력을 잃은 바다
윤상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윤상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윤상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제주 바다는 생태적 임계점을 넘었어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제주 연안의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현장조사를 마치고 한탄하듯 말했다. 미역, 톳,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가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에서 싹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녹색연합이 작년 여름-가을, 제주에서 조간대 갯녹음(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지역에 해조류‧수산자원이 사라지는 현상)을 조사한 결과, 제주도 97개 해안마을 전체가 해조류 30% 미만인 갯녹음 심각 단계로 나타났다. 바다숲은 급격히 훼손되고 갯바위는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죽음의 바다가 눈앞이었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에서는 풍요로웠던 미역이 사라졌다. 8월 평균 수온이 2018년 24.89℃, 2019년 25.38℃, 2020년 26.14℃, 2021년 27.87℃로 최근 3년 사이 매년 1℃가량 3℃나 상승한 것이다. 제주대학교 해조류 전문가는 ‘마라도 미역 실종사건’은 기후변화 탓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서 ‘국제자유도시’로 상징되는 제주도 난개발로 곶자왈은 베어지고, 지하수는 고갈되고, 생활하수는 용량을 초과하였다. 육상 오염물질이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들면서 갯녹음은 더욱 확산되었다. 지금 제주 해녀는 작업할 ‘물건’이 바다에 없다며 육지로 출장 물질을 떠나고 있다.

제주 바다 조간대는 공공재의 비극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리 공동의 미래인 바다를 주인 없는 쓰레기통으로 여긴 탓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 생각했고, 무한 용량의 쓰레기 처리장처럼 함부로 썼다. 결과는 처참했고, 바다의 역습으로 돌아왔다. 그곳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생태적으로 회복할 자신의 힘을 상실한 황무지가 되었다. 해조류가 사라지니 제주의 해녀가 덩달아 사라지고 해안마을은 텅 비어 버렸다.

늦었지만 바다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국제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바다를 개척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겠다는 대항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의 대원칙인 공해 자유의 원칙은 인류 공동유산의 원칙으로 도전받고, 해양보호구역 확대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의 차원으로 논의되었다. ‘태평양 쓰레기섬’으로 모여든 플라스틱의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고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용과 소유에서 보전과 공생의 관점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4월22일 지구의 날에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존재를 곱씹어보면 어떨까. 당신이 상상하는 바다는 어떤 모습인지. 기후변화를 증명하는 위기의 바다인가. 생물다양성이 어우러진 생명의 바다인가. 마을과 어우러진 풍요로운 공존의 바다인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미래가 ‘텅 빈 바다’, ‘생태적 임계점을 넘은 바다’가 아니길 바란다.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는 미래 막으려면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지구의 날이 올해로 52회를 맞았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양은 해를 더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2040년까지 2017년 기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며, 해변과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역시 2020년과 205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는 미래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단 9% 남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유럽 일부 국가들은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재사용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는 폐기물 관리 법령에 2025년까지 음료 포장재의 25% 재사용 의무를 포함함으로써 구속력 있는 재사용 목표를 구현한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됐다. 프랑스는 시중에 유통되는 포장재의 10%를 2027년까지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는 재사용 포장재 목표법을 시행 중이다. 올해 3월 초 유엔은 플라스틱 사용 감소에 초점을 두고 플라스틱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유엔 국제 플라스틱 조약을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은 어떨까. 우리 정부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 억제 등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사용 정책에는 여전히 소홀하다.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도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려스럽다. 일회용 플라스틱 대량 생산에 책임이 있는 거대 기업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극히 미미한 변화를 부풀리는 그린워싱 마케팅에 그치거나 재사용 시스템 전환이 아닌 불충분한 기술적 대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재활용 중심 정책의 문제뿐 아니라 생분해 플라스틱이나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기술적 방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확히 제기했다. 페플라스틱 열분해와 같은 화학적 재활용은 비싸고 비효율적인데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이를 분해할 시설이 국내에는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여러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 식품제조사인 CJ제일제당은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hydroxyl alkanoate)로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석유화학 회사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설비를 새로 짓거나 확충하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이러한 지엽적이고 불충분한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의 급격한 감축을 포함해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거대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절대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생산 라인의 변화가 요구된다. 올해 2월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포장재의 최소 25%를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린피스는 이 목표치를 두 배인 50%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하루 빨리 자사 상품의 포장재를 재사용 포장재로 바꾸겠다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구의 날을 맞은 오늘,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지구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한다.

 

 

[기후위기]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당신, ‘에너지’를 바꿔보자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제 모두가 기후위기를 걱정한다. 하지만 또 한편 모두가 길고 요란한 침묵 속에 있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을 하다 시민들을 만나면 그들은 늘 내게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천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것은 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환경을 걱정하며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조금 더 애를 쓰는 사람들은 손수건을 챙겨 다니거나 채식을 지향하기도 한다. 지구를 지키려는, 아니 인류를 포함한 수많은 생물종의 생태학적 위기에 저항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은 애틋하고 미덥다. 그렇지만 정말 이 정도로 우리는 괜찮은 것일까? 이것으로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는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발칙한 생각을 해 본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폐기물 분야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2.41%, 농업 분야의 경우 2.98%에 그친다. 물론 이건 국내에서의 직접배출량만을 추계한 것이어서, 실제로 국경을 넘나들며 생산·유통되는 쓰레기나 먹거리의 전주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더구나 온실가스 배출량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토양·해양 오염을 비롯한 생태적 부담도 상당하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이나 비건 지향 라이프스타일로 축소해서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협소하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상 국내 온실가스의 87%를 배출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의 문제도 대중교통 이용하기나 전기절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대형 석탄발전소‧가스발전소‧원자력발전소가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고,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가 안정적으로 저장·유통되도록 만드는 것은 어마어마한 사회 인프라의 교체다. 뿐만 아니라 철강·반도체 등 산업 시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거나 연료·원료를 교체하는 것도 대단한 기술적·경제적 도전이다. 이것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인 동시에 막대한 편익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환경 위기를 맞아 일어날 이러한 대전환을 개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자는 정부나 기업의 말들은 그러니까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문제 발생의 주범이며, 해결의 책임자가 되어야 할 다배출 기업과 정부가 시민들에게 ‘너희들의 반환경적 생활양식을 반성하라!’고 다그치는 식의 오늘날의 레토릭은 어처구나가 없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다시 돌아가서, 나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것은 이제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문제를 개인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과제로 여기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예컨대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산업계의 무책임한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을 묻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시민들의 목소리로 추동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이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을까.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