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들인 ‘바다숲 조성’ 효과는 검증 안 돼"

  • 최나영 기자
  • 2022.05.11 17:09

2019년 감사원 ‘실효성 떨어진다’ 지적에도…
바다숲 조성 방식 개선 여부 ‘깜깜이’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정부가 해조류가 바다에서 줄어드는 갯녹음(바다 사막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3천억원 이상 들여 10년 넘게 바다숲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년 전에는 사업이 진행된 해역에 해조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까지 발표됐는데, 정부는 이후 지적사항 개선 여부도 비공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단체가 직접 조사한 결과, 감사원 지적 이후로도 사업이 진행된 곳에 해조류가 되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갯녹음 현상 (사진 감사원)/뉴스펭귄
갯녹음 현상 (사진 감사원)/뉴스펭귄

전국 해역 갯녹음 면적 여의도 44배
제주 서귀포시 해역 24곳 갯녹음 '심각' 단계

다시마‧감태‧모자반을 비롯한 해조류는 바다에서 해양생물에 산란‧서식처를 제공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등 해양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해역에서도 해조류‧수산자원이 사라지는 갯녹음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이란 탄산칼슘 성분의 홍조류인 무절산호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연안 바다 환경이 바뀌어 여러 가지 형태의 바다숲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홍조류의 일종인 무절산호조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분홍색을 띄지만 사멸 뒤에는 흰색으로 변화해 바다 속이 흰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른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의 해역에서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동해 연안까지도 갯녹음 현상이 발생해 피해가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됐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해역에 갯녹음이 나타난 면적은 1만2천693㏊으로, 여의도 면적의 44배 가량이다. 해역별로는 동해에서는 6천482㏊가 진행됐고, 남해 1천109㏊, 제주 5천102㏊에서 갯녹음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올해 국내 환경단체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녹색연합이 올해 2~3월 제주 연안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 43곳을 대상으로 갯녹음 현상을 조사한 결과,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 24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두 갯녹음-심각(해조류 비율 30% 이하) 단계로 파악됐다. 제주 북부 제주시 권역의 경우 조사한 19곳 중 12곳이 갯녹음-진행(해조류 비율 30~60%) 단계로 확인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 해양생태 전문가는 “제주 바다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며 “제주바다 조간대를 보면 생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전했다.

 

바다숲 조성 방법. 종묘부착판은 자연암반 위에 해조류 종묘를 직접 고정하는 것, 인공어초는 구조물에 해조루를 이식하는 것, 수중저연승은 해조류 포자가 들어 있는 줄을 닻으로 해저에 고정해 설치하는 것이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 재구성)/뉴스펭귄
바다숲 조성 방법. 종묘부착판은 자연암반 위에 해조류 종묘를 직접 고정하는 것, 인공어초는 구조물에 해조루를 이식하는 것, 수중저연승은 해조류 포자가 들어 있는 줄을 닻으로 해저에 고정해 설치하는 것이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 재구성)/뉴스펭귄

해수부 3천억원 들여 바다숲 조성했지만…
바다숲 조성 뒤 해조류 되려 감소하기도
감사원 “바다숲 조성 관리‧방법 등 개선해야”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3천㏊ 이상의 바다숲을 조성해 2030년까지 5만4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까지 전국 연안에 총 211개소에 2만6천644㏊의 바다숲을 만들었다. 전체 투입된 예산은 3천443억원에 달한다. 해양수산부의 ‘바다숲 조성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신규로 조성된 바다숲의 해조류 성장 등이 안정화되면 해수부는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 사후관리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로 이관돼 집행된 관리예산을 더하면, 매해 바다숲 조성‧관리에 지출된 예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실행 주체인 공단은 해당 사업을 통해 갯녹음 현상이 해소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바다숲 조성으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갯녹음 1만5천600㏊를 예방했다”며 “바다숲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매년 1천200㏊ 면적의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단이 제시하는 것과 달리, 사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감사원의 ‘공단 기관운영감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해역에서는 바다숲 조성 전보다 해조류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자체로 이관한 바다숲 조성지를 2019년 3~4월 조사한 결과, 부산시의 A해역의 경우, 해조류는 다소 증가했지만 해저서식 동물은 오히려 감소했다.

안산시 B해역의 경우 이식한 해조류는 대부분 사라지고 콘크리트 구조체인 인공어초만 놓여 있었다. 이 해역의 해조류 생체량은 조성 이전은 644g/㎡, 조성 이후인 2019년 4월은 1g/㎡였다. 제주시 C해역의 경우도, 바다숲을 조성하기 전보다 해조류‧해저서식 동물의 생체량이 모두 감소했다. 당시 감사원은 “효과적인 자연암반을 이용하는 대신 인공어초 방식 위주로 바다숲을 조성했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지자체에 바다숲을 추가로 조성해 조성 전보다 해조류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바다숲 조성 관리‧방법을 개선하라며 공단에 주의 조치했다.

전문가들은 바다숲 조성사업이 해조류 서식 환경보다 깊은 곳에 인공어초를 투하하거나, 해조류의 생식 주기를 고려하지 않고 예산 집행 시기에 맞춰 해조류 포자를 심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신수연 녹색연합 활동가는 “공단은 수행기관이다 보니 자체 사업에 대해 잘 된 점을 위주로 홍보한 것 같다"며 "평가 지표가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 예산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는 만큼, 이 사업이 정말 바다 산업화의 대안이 되는지, 효과가 있는지 시민사회나 해조류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매년 게재돼던 '바다숲 조성관리사업 최종보고서'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2015년부터 매년 게재돼던 '바다숲 조성관리사업 최종보고서'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한국수산자원공단 “감사원 지적사항 개선 여부는 비공개 대상”
매년 공개하던 사업 보고서, 2019년 감사 이후 ‘비공개’ 처리

하지만 공단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항을 개선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11일 <뉴스펭귄>은 공단 측에 감사원의 지적사항이 개선됐는지 질문했지만, 공단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내부 규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단이 2015년부터 매년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를 공개해 오던 ‘바다숲 조성관리사업 최종보고서’도 감사가 진행됐던 2019년을 마지막으로 게재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는 바다숲 조성사업 수행 내용과 결과가 담겨있다. 공단 관계자는 "2020년 이후에도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비공개 대상"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감사 이후로도 바다숲 조성사업의 효과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주희 녹색연합 활동가는 “녹색연합이 조사해 보면, 사업을 진행한 곳에서 바다숲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2019년 감사 이후로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 녹색연합)/뉴스펭귄
(자료 녹색연합)/뉴스펭귄

원인 규명 없는 바다숲 조성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환경단체 “바다숲 조성 사업화돼 관성대로만 진행돼…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다숲 조성이 갯녹음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보다는 갯녹음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처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갯녹음의 원인은 지역‧해역별로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육상오염물질 증가, 난개발, 조식동물 증가를 비롯한 이유로 갯녹음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신주희 활동가는 “가령 제주도의 경우 양식장에서 나오는 약품이나, 양돈 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 감귤농장에서 나오는 비료 등의 오염물질이 갯녹음의 원인이라는 추정도 나오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며 “인공어초를 바다에 투하하면 처음엔 해조류가 약간 자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갯녹음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멈추지 않으면 효과가 낮은 지금의 방식대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주희 활동가는 “바다숲 조성이 하나의 사업화가 돼 있어 사업을 멈추지 않으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관성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사업에 3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홍보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한번 멈추고 전반적으로 재평가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그동안 어초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는데 친분 있는 업체를 계약자로 선정하는 등의 부당 처리를 했다.

녹색연합도 최근 성명을 통해 “원인 규명 없는 바다숲 조성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효과 없는 사업을 장기간, 대규모로 진행한 것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 올해 제주 비양도 모습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 올해 제주 비양도 모습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