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릴 거예요' 환경교육 실천하는 아이들

  • 조은비 기자
  • 2022.03.22 16:09
청소년기후행동 단체가 DDP 앞에서 당근을 쏟아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청소년기후행동 단체가 DDP 앞에서 당근을 쏟아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썩은 당근을 쏟아부으며 정부의 미흡한 탄소중립 정책을 다그치는 국내 '청소년기후행동', 북극 지역 석유 시추를 허가한 정부를 고발한 노르웨이 청년단체 '나투르 오그 엉덤(Natur Og Ungdom)', 유엔(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다"고 열변을 토해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90여 개 국에서 청소년들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

이처럼 갈수록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그들이 지구를 물려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개최한 '기후위기 레드얼럿(Red Alert on Climate)' 캠페인에 참가했던 방글라데시 대표 소한(Sohan)은 "아동은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 신경준 교사)/뉴스펭귄

지구가열화로 인한 피해를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받게 될 미래세대에게는 지금 지구의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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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도 환경교육 도입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성인 3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서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9.4%를 기록했다. 1주에 1시간 이상 의무교육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82%를 차지했다.

국내 반영도는 어떨까. 지난해 9월 환경부, 교육부는 미래세대가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2021년 교육부 기준 국내 환경교사는 35명에 그친 상태다. 많은 청소년들이 환경교육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

(사진 신경준 교사)/뉴스펭귄
(사진 신경준 교사)/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국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환경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 두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숭문중학교는 최근 환경대통령 1차 투표를 마쳤다. 신경준 교사는 "어른들의 결과와는 조금 다르게 나왔다. 앞으로 후보 14인의 환경정책을 함께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 2차 투표를 실시해 후보자 지지 변동을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표 결과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 이 같은 수업을 진행한 이유는 5년, 10년 뒤 성인이 돼 투표를 하게 된다면 환경정책을 어떻게 투표로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민주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숭문중학교의 환경교육은 다양한 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 숲의 꽃, 나무 등 식물을 관찰해 120여 종을 '네이처링' 앱에 기록하면서 생물다양성을 학습하고, 폐휴대폰을 자원순환연대에, 폐안경을 캄보디아 지원단체에 후원하면서 자원의 유한성과 에너지의 변화에 대해 배웠다.

(사진 신경준 교사)/뉴스펭귄
(사진 신경준 교사)/뉴스펭귄

그중 기억에 남았던 환경교육 활동으로 신경준 교사는 '지구촌 전등끄기'와 '청소년환경회의'를 꼽았다.

환경교사모임은 2013년 지구촌 전등끄기 서울 행사를 어스아워 코리아 팀과 함께 진행했다. 그날 행사에서 전국 2000여 명 청소년들이 서울시청, 광화문광장에서 플래시몹과 LED 캠페인을 펼쳤으며, 약 15만 명의 시민들이 청소년들이 진행한 서명 운동에 참가했다.

신경준 교사는 "이날 1시간 동안 서울에서 23억 원의 전기가 절약됐다고 보고됐다. 당시 CNN, AP통신 등에 소개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환경프로젝트였다"라며 "이달 26일에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각자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모여 지구를 위한 1시간을 보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청소년환경회의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청소년 1327명이 각 학교에서 실천한 기후행동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경준 교사는 "인간이 지금처럼 자연 정복을 이어간다면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만남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변화가 있어야 할 때"라며 "북극곰과 펭귄 그리고 환경난민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도와주려는 선한 본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신경준 교사 (사진 본사 DB)/뉴스펭귄
신경준 교사 (사진 본사 DB)/뉴스펭귄

이어 "지구인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2028년엔 탄소예산이 소진될 예정이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교육은 이제 생존을 위한 교육으로, 환경과목을 필수화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환경교육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무동초등학교에서도 환경교육이 한창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환경동아리 '그린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린그램'을 개설한 임성화 교사는 "제주도에서 비치플로깅 중 그물에 묶여서 죽어 있는 거북이를 발견했고, 환경오염에 대해 심각성을 느꼈다. 해양플라스틱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환경교육을 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린그램은 '12달 환경달력'이라는 책을 참고해서 방학을 제외한 매달마다 환경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3월은 지구촌 전등끄기의 날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아이들은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20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불을 꺼달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받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인포메이션 등에 부착했다.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4월에는 지구의 날을 기념해 1300명이 넘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페트병 뚜껑 모으기를 실천했다. 모아진 뚜껑은 자원순환센터로 보내졌다.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5월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 집중해 '멸종위기'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에 부착했다. 환경의 날이 있는 6월은 학교 인근 가게 15곳과 협력해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7월은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페트병에 담고, 손편지를 작성해 담배제조사 KT&G에 보내는 '꽁초어택'에 참여했다. 아울러 담배꽁초가 길에 버려지지 않도록 돕는 '시가랩'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 15점은 시가랩 디자인에도 반영됐다.

(사진 본사 DB)/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이에 대해 시가랩 캠페인 최재웅 매니저는 "저희는 학생들의 순수한 정성에 감동했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그림이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뻐했다"고 전했다.

9월은 종이팩과 멸균팩을 따로 분류해 모았다가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서 휴지를 받아오는 자원순환 활동이 진행됐다. 10월은 환경교육박람회에서 밀랍랩 만들기 부스를 설치했고, 11월에는 에코드림생태시민한마당 행사에서 비건쿠키 만들기 부스를 운영했다.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12월은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래그림 그리기 도로 페인팅 활동을 했다.

임성화 교사는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매우 뿌듯해 하고 재밌어한다"라며 "내가 이렇게 하면 지구평균기온 상승이 섭씨 1.5도에서 2도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학생이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을 보면서 저 꽁초는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라며 "아이들도 나서서 환경보호를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린그램 환경동아리 학생들도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며 활동을 했고, 우리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길 바랐다", "사람들이 저희의 행동을 보고 태도와 마음을 바꾸면 지구는 깨끗해질 것 같다", "우리가 먼저 하면 어른들도 나서니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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