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외로운 환경 교사의 호소

  • 김도담 기자
  • 2021.07.29 15:24
(사진 'Global footprint network') / 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자] 오늘(29일)은 올해 지구가 재생하는 자원의 양을 모두 소비한 날이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다. 지난해 8월 22일에서 한 달가량 당겨졌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그해 지구가 재생하는 자원의 양을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으로 나눠 그 비율을 1년 달력에 적용한 것으로, 1970년 12월 30일에서 1980년 11월 4일, 1990년 10월 10일, 2000년 9월 22일로 10년마다 한 달씩 빨라지는 추세다.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맞이한 29일, 국가교육회의가 올해 발표할 '2022개정교육과정'에 현재와 미래의 청소년을 위한 기후행동과 환경교육을 제안한다며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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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제안문에서 "세계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1970년대에 이미 인류의 자원 소비가 지구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다.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인 7월 29일부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세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 자원과 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기후위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8ppm에 도달했으며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 온도 상승 제한의 2015 파리협약을 기준으로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고작 7년도 남지 않았다"라며 현재와 미래세대가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 환경교육을 제안했다.

7월 기준 34명의 교사가 속한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이자 한국 교단에서 'Ⅰ급 멸종위기'라고 불리는 환경 교사 신경준 씨는 "현재의 기후위기, 환경재난의 상황에선 모든 과목에서 환경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 (사진 본사DB)/뉴스펭귄

그는 "세계의 교육도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커다란 변화가 시작됐다. 핀란드에서는 환경과목을 선 이수 9학점으로, 영국은 25개년 환경교육 계획을 세웠다. 호주의 고등학교는 환경과목을 필수로 도입했고, 지난해 이탈리아는 초중고 주당 1시간씩 연간 33시간의 기후환경교육을 필수화했다. 올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초중고등학생 140만 명에게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K-12 교육과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환경과목을 선택한 중학교는 6.6%, 고등학교는 21.9%에 이르지만 이마저도 고3 자습 편성이 대부분이며 전국 약 50만 명의 교원 중 환경교사는 35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한국의 후진적인 환경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2020년 환경교과 개설현황 (그래픽 환경교사모임) / 뉴스펭귄
2020년 환경교사 자격소지 현황 (그래픽 환경교사모임) / 뉴스펭귄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 환경교육 용어 사용, 인간상에는 생태시민, 역량에는 기후행동 반영"을 제안했다. 또 "편제에서는 중학교 환경과목을 주당 1시간, 연 34시간 이상, 3개년 필수와 고등학교 융합교과군을 신설해 환경과목을 기초와 심화과정으로 개설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정책 연계 방안으로는 "탄소중립학교와 그린스마트미래학교를 시작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을 필수 이수하고 환경교사를 신규 선발해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적극적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환경교사모임 기자회견 전문이다.

7월 29일,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우리는 학교 환경교육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환경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멸종위기종 환경교사입니다. 오늘 7월 29일은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발표한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입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란 인간이 사용하는 공기, 물, 흙 등과 같은 자원의 소비가 지구의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에서 발표된 것처럼 세계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1970년대에 이미 인류의 자원 소비가 지구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습니다.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인 7월 29일부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활한다면 3.8개의 지구가 필요합니다. 현재 이러한 소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기업, 정부, 세계 모두의 윤리적인 책임이 필요합니다. 지구는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공동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8년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세계자연기금의 ‘지구생명보고서’에 의하면 1500년부터 식물·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를 포함한 생물종의 75%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 자원과 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기후위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8ppm에 도달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 온도 상승의 제한을 기준으로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고작 7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18년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를 시작으로 세계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각 나라의 정부에 유엔의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이산화탄소 감축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후 세계의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의 교육정책도 현재와 미래세대가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초중학교 교육과정(1-10학년)에 환경과 자연과학군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환경과목 9학점을 선 이수한 뒤 생물과 지리 3학점, 물리와 화학 2학점, 건강교육 3학점의 순으로 교육받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교육과정은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환경교육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부터 탄소중립학교를 만들기 시작하여 2030년까지 학교 온실가스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2018 개정 교육과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은 1-12학년 교육의 목표와 개념을 재설계하였습니다. 채택된 환경교육의 다섯 가지 주제는 환경 윤리, 지속가능한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 기후변화, 재난 대비, 지속가능발전입니다.
 
호주에서는 교육과정의 핵심 영역에 사회와 환경을 포함합니다. 융합교과로서 환경과목도 있습니다. 2020년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에선 모든 공립학교에 기후환경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기로 한 것이 매우 특징적입니다. 이탈리아는 2020년 9월부터 연간 33시간씩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정하고 초중고 주당 1시간씩 교육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교육부에서는 고3 주당 2시간의 국가 이슈 수업시간에 3가지 주제를 학습합니다. 2015년 파리협약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국가이슈 수업에는 3가지의 주제가 제시되었습니다. (1)자연사, (2)사회와 과학 그리고 기후위기 교육, (3)미래 에너지입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2021년 유초중고등학생 140만 명에게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K-12 교육과정에 반영했습니다. 직업, 보건, 교육, 과학, 기술, 시각공연예술, 외국어 7개 과목에 필수로 반영하고 언어, 수학에는 반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교육 내용은 생물종 보호, 리사이클, 기후변화,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위기 리더쉽이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기후위기, 환경재난의 상황에선 모든 과목에서 환경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환경교육을 누가, 언제, 어느 과목과 단원에서 다룰 것인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현재의 기존 과목에서도 환경교육을 충분히 다루고 있거나 다룰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학교 필수과목들의 환경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자원순환(기술‧가정1), 정크아트(미술1), 빛공해(국어1), 생명 윤리와 지구온난화(도덕2), 기후변화와 난민(사회2), 자원과 에너지(기술‧가정2), 기후변화(과학3)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총론에 환경교육의 주제와 위계가 제시되지 않아 학년별, 교과별 학습의 내용과 교육의 시기가 정립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별로 위 과목들이 개설된 학년도 각기 다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각 교과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각 과목에서 다루어야 할 고유 내용의 우선성 때문에 환경교육이 미흡하게 다뤄지거나 혹은 환경교육 목적과 관계없는 하나의 소재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각 과목에서 배운 환경지식의 조각들을 하나의 통합된 지식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그 부담을 오로지 학생에게 지우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흩어진 환경지식을 엮어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지식의 그물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매년 융합교과로서의 환경과목도 이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환경교사모임의 분석으로는 전국 약 50만 명의 교사 중 환경교사는 34명에 불과합니다.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환경교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고, 고3 자습으로 활용되는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환경교육은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를 맞이한 현재부터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미래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지구 시민들에겐 2050년보다 빠른 2028년에 이미 탄소중립 실천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에 제안합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 대한 한국환경교사모임의 제안>

1. 지금 우리는 지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환경교육을 제안합니다. 첫째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둘째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지구시민 양성을 위해, 셋째 현재와 미래 청소년의 환경 학습권 보장을 위해 환경교육을 해야 합니다.

 

2.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국가교육과정을 환경교육으로 대전환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중심주의 교육을 넘어 타자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준비할 새로운 교육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3.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는 환경교육 관련 용어인 생태전환이 등장했지만, 우리는 환경교육 용어 사용을 제안합니다.
 
4. 인간상에는 현재와 미래의 지구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태시민을 반영합니다.
 
5. 역량에는 환경감수성을 기반으로 친환경 삶을 실천하며 2050년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행동을 명시합니다.

 

6. 편제에서는 중학교 환경과목을 주당 1시간, 연 34시간 이상, 3개년 필수로 합니다.
고등학교 융합교과군을 신설하여 환경과목을 기초와 심화과정으로 개설합니다.
 
7. 교육정책 연계 방안으로 교육부의 탄소중립학교와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 필수 이수 권고를 명시합니다. 또한 시도교육청의 환경교육 정책에 환경과목 개설을 단위학교에 권고합니다.

 

8. 고교학점제에서는 청소년의 환경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과정 선택과목 수요 조사 때 환경과목을 명시합니다.

 

9. 단위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의 10% 교육과정 편성에서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을 개설합니다. 환경교육진흥법 제4조 책무에는 “학교의 장은 학교의 교육 여건에 적합한 범위에서 환경교육 교과과정 운영의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2018년 신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10. 마지막으로 2020년 기준, 환경과목을 선택한 중학교 6.6%, 고등학교 21.9%인 선택률을 높이고 전국 약 50만 명의 교원 중 34명에 불과한 환경교사를 신규 선발하여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적극적으로 배정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단위학교는 환경교육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합니다.

2021년 7월 29일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지속가능한 삶을 교육하는
한국환경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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