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서울시가 ‘숲’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단순한 녹지 조성이 아니라 도시 외곽에서 생성된 차가운 산바람·강바람이 도심까지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된 ‘바람길숲’이다.
바람길숲의 핵심 원리는 북한산·관악산 같은 외곽 산림과 한강·중랑천 같은 수계에서 생성된 시원한 공기가 도심 깊숙이 들어올 수 있도록 숲을 잇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심은 빽빽한 건물과 도로로 가득해 찬바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열섬현상과 열대야가 심화됐고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과 협업해 2023년부터 도시바람길숲 조성에 나섰다. 지난 8월 말까지 시내 28곳에 도시바람길숲 7만1780㎡를 만든 데 이어 다음 달까지 2곳을 추가해 올해 말까지 총 30곳, 총 7만4280㎡의 바람길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조경 사업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7.4ha 바람길숲 매년 51톤 이산화탄소 흡수 기대
숲은 도시의 에어컨 역할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 1ha는 연간 이산화탄소 6.9톤을 흡수하고 미세먼지 168㎏을 걸러낸다. 올해까지 서울에 7.4ha 규모의 바람길숲이 완성되면 매년 약 이산화탄소 51톤과 대기 오염물질 1만2432㎏을 흡수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 낮추고 습도는 9~23% 높여 열섬효과를 완화한다. 도심보다 미세먼지는 25.6%, 초미세먼지는 40.9% 낮고 도시숲에 식재된 큰 나무들은 도시 소음을 평균 10dB 줄여준다. 숲을 15분간 바라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농도가 15.8% 감소하고 혈압이 2.1% 내려가는 등 녹색 쉼터 역할도 한다.
실제로 하층 숲이 조성되어 있는 가로수는 주변 온도를 4.5℃ 낮추고, 도시숲 안에 15분만 머물러도 체온이 약 2~3℃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시는 효과적인 바람길숲을 위해 도로변 대기 오염물질 흡수와 흡착력이 높고 탄소 저감 효과가 큰 소나무, 배롱나무, 황금사철, 미선나무, 히어리, 박태기 등의 수종을 심었다. 남산과 서울숲, 중랑천 등 주요 공원과 하천 등에는 이러한 초화류 약 40만 본, 관목 약 13만 주, 교목 1000여 주가 식재됐다.
서울은 도시구조상 외곽에 큰 산이 있고 한강과 지천이 시내를 가로질러 찬공기가 도심으로 유입되기에 유리한 지형이다. 서울시는 이 장점을 최대한 살려 바람길숲을 기후대응 도시숲, 자녀안심 그린숲 등 다른 정책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바람길숲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탄소흡수원이자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녹색 복지”라며 “탄소중립도시 실현을 위해 정원도시 서울 사업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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