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활용으로 데이터센터 수요와 증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으며 물 사용 투명성과 효율성 관리 역시 미흡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주요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가 매우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국내 주요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가 매우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녹색전환연구소는 1일 ‘AI 시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외 주요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외 15개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의 환경 영향'과 'AI 환경 영향 전략'을 평가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관리에서 포괄적 관리 전략과 투명한 공개 체계를 보인 반면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목표 부재 ▲총 에너지 사용량 절감 전략 부족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중 낮음 ▲정보 공개 미흡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2025년도에 발간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기본 자료로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했다. 분석 대상은 네이버(2곳), 카카오(1곳), LG CNS(4곳), 삼성SDS(5곳), SK브로드밴드(8곳), KT 클라우드(16곳) 등이다.

5개 기업 데이터센터 배출량 전년 대비 16% ↑

KT 클라우드를 제외한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5개 기업의 2024년 지역 기반(스코프2) 총배출량은 99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구매량은 크게 늘지 않아, 시장 기반(스코프2) 배출량은 95만 톤으로 지역 기반 배출량과 거의 차이 없는 수준(97%)에 머물렀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역 기반(스코프2) 데이터센터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각각 50.8%와 99.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해당 기업 보고서에서 찾기 어려웠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역 기반(스코프2) 데이터센터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각각 50.8%와 99.4% 증가했다. (자료 녹색전환연구소)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역 기반(스코프2) 데이터센터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각각 50.8%와 99.4% 증가했다. (자료 녹색전환연구소)

이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기반 배출량이 지역 기반의 약 13% 수준까지 낮아진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즉,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정보 공개 투명성에서도 기업 간 격차가 나타났다. 네이버, 카카오, LG CNS만 데이터센터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는 반면,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삼성SDS, SK브로드밴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 가운데 데이터센터별 전력사용량을 공개한 곳은 LG CNS뿐이었다. 이와 달리 구글·메타(구 페이스북)·애플 등은 데이터센터 총 전력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메타와 애플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별로 전력사용량을 별도 공개하는 등 정보 접근성과 관리 수준에서 국내 기업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재생에너지 전환 미흡...LG CNS, 삼성SDS는 최하위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SK브로드밴드, 삼성SDS 등 일부 기업이 에너지 사용 비율을 공개했으나, '녹색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도 6% 내외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특히 LG CNS(0.1%)와 삼성SDS(1.3%)는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달성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물 사용 투명성과 효율성 관리 역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는 물이 냉각수로 사용돼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대다수 기업은 단순히 '절감 노력'을 정성적으로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구글의 경우 데이터센터 위치별 물 사용량을 공개하고, 이를 '골프장 몇 개에 필요한 물의 양'으로 환산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제공하는 등 접근성이 높았다.

생물다양성 관리에서도 국내 기업의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 등 3개 기업만이 데이터센터 입지와 주변 생물다양성 위험을 식별해 다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 녹색전환연구소)
(자료 녹색전환연구소)

"지속가능한 AI 체계 구축 필요"

주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AI와 데이터센터 확장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요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와 클라우드 확장으로 인해 지난해 자사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 23.4%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 역시 AI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에 대한 인식 평가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KT와 SK텔레콤은 자회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환경 영향 인식과 대응은 사실상 소홀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총 에너지 사용 절감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 ▲물 사용·생물다양성 관리 확대 ▲환경 데이터 투명 공개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유럽연합(EU)·독일·중국은 데이터센터에 대해 에너지·물·재생에너지 지표를 법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제도적 공백 상태라며 정부의 지표 설정과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진석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AI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환경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은 재생에너지·물 관리 등 개선 노력과 투명성을 강화하지만 국내 기업은 지표 관리와 공개마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민영 경제전환팀 연구원은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별 에너지·물 사용 현황 등을 대중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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