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받은편지함에 보관하고 있는 오래된 이메일(e-mail)을 삭제하는 일이 탄소중립에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이메일이 남긴 디지털 탄소발자국(디지털 기기 사용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논의 대부분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및 탈탄소화를 향한 노력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뉴스채널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각) 캐나다 UQAC대학의 루치아노 로드리에스 비아나(Luciano Rodrigues Viana) 기초과학부 박사생 등이 유럽화학공학연맹 저널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SPC)' 11월호(34권)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이메일 한 통을 전송할 때 4g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은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메일함 비우기' 캠페인을 종종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통념과 달리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메일이 종종 환경적 재앙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메일을 보내고 삭제하는 일의 환경적 이점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면서 "실제로 스팸(spam)은 전 세계 하루 이메일 트래픽의 85%를 차지하지만, 이메일 교환(으로 인한 트래픽)은 전체 인터넷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를 위해 디지털 데이터 사용과 관련된 환경영향(탄소, 물, 토지) 그리고 전자기기 원자재부터 완제품 생산까지의 탄소발자국 등을 정량화했다.
또 디지털 사용자를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유형(conscientious)', '평범한 유형(moderate)', '디지털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유형(intensive)' 등 세 가지로 유형화했다.
아울러 에너지 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비)에 따라 △전력조성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9%인 '앨버타주' △전기의 98%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는 '퀘백주' △'캐나다 전국 평균' 등으로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연구 결과 디지털 사용자가 전자기기를 적게 구입하고 오래 쓸수록, 크기가 작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 및 화면을 사용할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LED 텔레비전보다 LCD 텔레비전이, LCD 텔레비전보다 플라즈마 텔레비전이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차이와 관계없이 텔레비전은 화면이 클수록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저탄소 전원(電源)에 따른 디지털 탄소발자국 차이도 컸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앨버타주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유형'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유형'으로 변화할 때 배출하는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퀘백주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과 맞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장치나 화면을 끄는 등 개인의 행동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지만, 국가와 기업의 역할을 간과하면 안된다"면서 "정부는 국가가 저탄소 에너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며, 디지털 서비스 공급업체와 개발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트래픽 역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20년 데이터센터 및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00메가톤(Mt CO2-eq, 내재된 배출량 포함)에 달한다. 이는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0.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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