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잠긴 배 표면에 붙은 동식물이나 미생물을 청소하기 위해 오염 방지 페인트를 쓰거나 수중청소로봇을 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연안 생태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최근 해양과학기술원이 그 영향을 비교적 자세히 규명했다.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청소부산물이 해양생물 군집의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청소부산물이 해양생물 군집의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청소부산물(HCW)이 해양생물 군집의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물속에 잠긴 선박 표면이나 구조물 등에 붙거나 서식하는 동식물 또는 미생물들이 있다. 박테리아나 균류 등도 포함된다. 이런 선체부착생물은 배 속력을 낮춰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량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오염 방지 페인트나 수중청소로봇을 활용한 청소 기술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수중 청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 구리나 아연 등 중금속과 다량의 부유물질이 포함돼 있어 연안 생태계에 잠재적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

KIOST는 해양수산부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HCW 해상배출로 인한 해양생태계 위험성 평가를 포함해 선체부착생물 관리 및 평가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KIOST 남해연구소 생태위해성연구부 백승호, 이보라 박사 연구팀은 실제 바닷물을 이용해 HCW의 희석비율(대조군, 1%, 5%, 10%)별 해양 식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 부착성 미세조류 군집의 반응을 세계 최초로 평가했다.

선체 청소 과정에서 나온 HCW가 바다에 노출되면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은 줄어들고, 대신 부착성 미세조류는 증가한다. 이는 해양 생태계 균형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해당 부산물이 바다에 노출되면 군집의 기능적 다양성이 줄어든다. 

연구 결과, HCW 농도가 고농도(5% 이상)일 경우 식물플랑크톤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동물플랑크톤은 1% 농도에서도 민감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부착성 미세조류는 오히려 잘 견디고, 농도가 높을수록 더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또한, 고농도 HCW 노출 시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가는 균형이 깨지고,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일부 종만 살아남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바다의 먹이사슬이 단순해지고, 결국 바다 생태계의 건강과 에너지 순환이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부산물이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오염원임을 규명한 성과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논의 중인 ‘선체부착생물 관리지침’의 HCW 포집 및 처리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선체부착생물은 수중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KIOST는 앞으로도 선체부착생물의 해양환경 유해성 평가 등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