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햇빛으로 충전해 따뜻해지는 '태양광 담요'가 발명돼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를 쓸 수 없는 거리에서도 체온을 지켜줄 수 있어 노숙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시대 취약계층은 '에너지 빈곤'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웨더스파크에 따르면 글래스고의 겨울밤 기온은 평균 영하 2도 안팎까지 내려가고, 한파가 닥치면 영하 4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습하고 긴 겨울밤에 노숙인들이 장시간 노출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태양광 담요는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새로운 안전망으로 떠오른다. 낮 동안 접이식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충전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밤에는 담요 안에 깔린 열선에 전기를 보내 발열하는 구조다. 배낭처럼 접어 들고 다닐 수 있어 휴대가 쉽고, 별도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게 특징이다.
"문제를 보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따뜻한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켈빈사이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13세 소녀 '리베카 영(Rebecca Young)'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11세 때 학교 공학 동아리에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다,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인을 떠올리며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전기담요를 설계했다. 단순한 발상에 그치지 않고 여러 종류의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배선 구조를 비교 조사해 구리 배선·접이식 패널·유연한 프레임을 적용한 도면을 직접 완성했다.
이후 영국 STEM 교육 비영리단체 프라이머리 엔지니어(Primary Engineer)가 주최한 전국 공학 경진대회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3년 스코틀랜드 웨스트 지역 시상식에서 우승한 뒤, 현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탈레스(Thales)가 제작에 나서 실제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다. 프로토타입은 2024년 글래스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공개됐고, 같은 해 맥로버트 메달 은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받았다.
올해 6월부터 이 담요는 실제 노숙인들의 체온을 지켜주고 있다. 탈레스는 태양광 담요 150개를 제작해 글래스고 지역 노숙인 지원 단체 6곳에 기부했으며, 단체는 쉼터가 가득 찼을 때 야외에서 지내야 하는 이들에게 제공한다. 홈리스 프로젝트 스코틀랜드(Homeless Project Scotland) 단체 관계자는 "밤새 몸을 감싸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 된다"며 추가 보급 의사를 밝혔다.
리베카는 이 발명으로 미국 타임지가 올해 처음 발표한 '올해의 소녀(Girls of the Year)' 명단에 올랐다. 2019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기후대응 상징이 된 그레타 툰베리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기록됐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