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고둥이 8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됐다. 이들은 해양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현재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나팔고둥은 대형 연체동물이자 바다 사막화를 막고 해양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나팔고둥은 대형 연체동물이자 바다 사막화를 막고 해양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가 8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대형 연체동물인 '나팔고둥'을 선정했다.

나팔고둥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왕실 행차나 군대 행진 시 사용되던 전통악기 '나각(螺角)'에 이 고둥의 껍데기가 활용된 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성체 크기는 껍데기 높이(각고)가 약 22cm, 폭(각경)이 약 10cm 정도로 우리나라 고둥류 중 크기가 가장 크다. 껍데기의 나선형 부분인 나탑은 원뿔형이며 약 7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껍데기는 매우 단단하고 두꺼우며, 표면은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다. 특히 몸체가 밖으로 나오는 각구(殼口) 부분에 흑갈색 띠무늬와 주름, 백색 돌기가 뚜렷하게 나타나 다른 식용 고둥류와 구별할 수 있다. 

나팔고둥은 암수가 구분되며 체내수정을 하고, 산란은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이루어진다. 제주도와 남해안 연안의 수심 20~200m 사이에 주로 분포하며, 낮은 수심에서는 암반 위에서 주로 관찰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나팔고둥은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 제주도에서는 수심 10~20m에서도 발견되며, 남해안 외해 도서들에서는 수심 50m 이상에서 간혹 한두 개체가 잡힌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먹이 습성이다. 불가사리에게 잡아먹히는 다른 고둥류와 달리, 나팔고둥은 불가사리를 주요 먹이원으로 한다. 제주도에서는 빨강불가사리를 주로 섭식하며,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의 불가사리를 포식한다.

바다 사막화를 막는 생태계 수호자

별다른 천적이 없는 불가사리는 바다 사막화의 주범으로 불리는데, 나팔고둥은 이러한 불가사리를 잡아먹어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나팔고둥이 '생태계 수호자'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아름다운 껍데기와 풍부한 육질로 관상용이나 식용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과거 실내 장식용 소품 제작이나 식용을 위한 남획이 많았고 최근에도 식용 고둥류 채집 과정에서의 혼획과 불법 유통 및 섭취 등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식용 고둥 채집 과정에서 일반 고둥으로 오인되어 불법 유통되거나 섭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나팔고둥은 각구에 흑갈색 띠, 주름, 백색 돌기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각시수염고둥은 각구에 흑갈색 무늬와 주름, 다수의 백색 돌기가 있으나 껍데기에 털이 조밀하게 나 있어 쉽게 구분된다. 매끈이고둥과 관절매물고둥은 체형은 비슷하나 성체 크기가 약 7~9cm로 작으며, 흑갈색 띠, 주름, 백색 돌기가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