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의 옛 농업역사박물관이 생태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 전통 한옥의 외관을 간직한 이곳에서 자연과 예술을 잇는 ‘괴산 생태뮤지엄 특별전’이 지난 30일 개막했다.
이번 특별전은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랑이야'를 주제로, 멸종위기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회화, 디지털드로잉,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 8명이 참여했다.
이날 열린 전시 투어에서는 큐레이터의 해설이 더해져, 관람객들은 작품의 기획 의도를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상우 작가는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푸른색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상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백두산 호랑이 등을 디지털드로잉으로 표현했다. 작품 속 호랑이의 눈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는데 고상우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들이 생명력을 되찾길 바랐다"고 말했다. 또 흑백으로 인쇄된 동물 이미지를 머그샷처럼 배열한 작품도 선보였다. 실종된 존재를 찾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금중기 작가의 입체 동물들은 차가운 금속 재질 위에 본래 자연색과 다른 강렬한 원색을 입혀, 인공적이고 문명화된 서식지를 잃어가는 동물들의 현실을 드러냈다. 새하얀 벽면에 개구리들이 붙어 있는 낯선 풍경은 이질감과 동시에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조각가 장덕진은 도자기로 빚은 수달을 선보였다. 그는 과거 비무장지대(DMZ)의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한 이후, 강원도에서 우연히 수달을 목격한 경험을 계기로 수달에 주목하게 됐다. 그가 표현한 수달 '겁수'는 OTT를 시청하는 등 인간처럼 익살스러운 일상을 보낸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한다.
장재연 숲과나눔재단 이사장도 사진 작업으로 참여했다. 약 10년간 800회가 넘는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마주한 바다생물에서 얻은 감동과 영감을 수중사진으로 담아냈다. 고래상어, 만타레이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바다생물을 소개한다.
당초 실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식은 36도에 육박한 폭염으로 실내로 변경됐다. 개막식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양섭 도의장, 송인헌 괴산군수, 김낙영 군의장 등과 주민 약 100명이 참석했다.
김영환 도지사는 "인간이 자초한 생태위기로 지구온난화와 폭우, 폭염, 지진이 닥치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수준 높은 생태예술 작품들을 괴산에서 선보일 수 있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이양섭 도의회의장은 "환경 문제를 예술의 감성으로 풀어낸 이 전시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인식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청소년에게는 생태교육의 장이, 지역민에게는 삶의 여유와 성찰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숲과나눔재단, 사비나미술관, 충북문화재단 등이 협력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농업역사박물관을 생태뮤지엄으로 재구성하면서 기획됐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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