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이제 '불편함'이 아닌 심각한 '기후재난'입니다. 최근 전국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가운데 약 두 달 만에 온열질환자가 2천 명을 넘었고, 이 중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러진 곳은 다름아닌 일터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대응 기준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온환경에서의 노동자 보호를 기후적응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기후변화로 전 세계 노동자 70% 이상이 과도한 열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할까요? 혹시 '실내에서 일하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무더위 속 우리 터전의 구조적 취약성과 현주소, 앞으로 필요한 과제를 2회차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주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기온 40도를 넘겼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은 무더위에 노출됐다. 체감온도 기준으로 개정된 폭염작업 지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쉴 공간과 냉방 대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직사광선을 직접 맞지 않는 실내 노동자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폭염 속 ‘쉬지 못하는 노동환경’을 문제 삼으며. 오는 8월 1일과 15일 ‘하루 파업’을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24일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도가 넘는 고온에 노출된 현장에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위는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28일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2,454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사망자는 11명이었다.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771명, 길가 311명, 논밭은 309명이었다. 실내에서도 작업장 186명, 주택127명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실내 역시 폭염 속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다.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폭염은 건강장해 요인으로 명시됐고, 이에 따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이 이달 17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2시간 이상 지속되는 작업을 ‘폭염작업’으로 정의하고, 실내외 모두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는 2018년 이후 계속된 권고 기준이 처음 의무화된 결과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실효성에 대한 회의가 나온다. 쿠팡 물류센터는 '창고'로 분류돼 냉난방 설치 의무가 없고, 실제로 에어컨이 없는 작업공간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으로 '차폐식 대형 냉방구역'을 도입해 실내 온도를 20도로 유지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으나,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폭염 쏟아지면 실내도 안전지대 아냐" 

에어컨은 물론 창문조차 없는 작업장도 있다. 쿠팡 여주센터에서 근무 중인 정애숙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여주센터 전체 공정에는 에어컨이 없다. 한증막이나 찜질방 같은 습도에서 8시간을 근무한다"고 말했다. 부천1센터에서 근무하는 박병규 조합원은 "건물에 창문 하나 없고, 하루 천 명 이상 되는 사원들이 온갖 화물 먼지를 마시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공간도 폭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인아 교수는 "물류센터 업무는 육체적 노동강도가 매우 강한데,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습도가 매우 높은 단체 급식 주방 노동자들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하는 노동자의 경우 온열질환 위험은 더 높아진다"며 "개인 건강상태와 취약조건, 작업환경과 육체적 부담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센터 외에도 단체급식 주방, 마트 주차장, 공장 지하 등 환기와 냉방 설비가 부족한 실내 노동 환경은 수년간 이어진 문제다. 일환경건강센터 류현철 이사장은 "환기장치가 없거나 공조가 되지 않으면 실내는 고온에 갇힌 공간이 된다"면서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기가 계속 저류되면서 온도가 높아지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유해물질 방출양이 많아져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폭염을 견디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선풍기를 사용하는 경우, 전문가들은 일부 조건에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폭염을 견디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선풍기를 사용하는 경우, 전문가들은 일부 조건에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선풍기만 틀고 땀 제대로 안 마르면 오히려 위험"

폭염을 견디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선풍기를 사용하는 경우, 전문가들은 일부 조건에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기온 36도로 가정했을 때 선풍기만 가동하는 환경은 정말 위험할 수 있다"며 "선풍기는 땀 증발을 통해 열을 식히는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오히려 탈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바깥기온이 정상체온인 36.5도를 넘어서는 수준일 때 문제가 생긴다. 정상체온보다 낮은 기온에서는 몸에서 열을 배출해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35도가 넘어가면 땀을 내도 해결이 되지 않고 몸은 점점 과부하가 온다. 이때 탈수가 계속 진행되는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선풍기 하나로 폭염을 버티는 상황이 오히려 온열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제보건기구(WHO)는 "기온이 35도 이상일 때 선풍기는 열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온도가 40도 미만일 때만 선풍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65세 이상 고령자 18명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선풍기 사용만으로는 실내 고온 환경 내 체온 상승을 막지 못했다.

2회차에는 옥외 작업장 위험요소와 해법에 대해 보도한다.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