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간 광주와 전남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영산강이 범람하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기후위기로 영산강에 더 강력한 폭우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큰 비가 내리자 전남 영암군 등 지자체들은 재난문자를 통해 "영산강 하굿둑 수위가 급상승해 범람 우려가 있으니 인근 저지대 주민들은 신속히 대피해달라"고 당부했고 주민 2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지난 18일 영산강 하굿둑 수위는 1.99m까지 올라 계획홍수위 1.6m를 초과했으며 하류 수문은 고장 났다. 영산강 홍수통제소는 광주와 전남 8개 지점에 홍수 경보, 6개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같은 날, 서울대 강준석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등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산강의 홍수 위험을 예측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30년부터 2100년까지 두 기간으로 나눠, 홍수 위험을 나타내는 네 가지 지수를 활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온실가스를 가장 열심히 감축하는 시나리오(SSP1-2.6)에서는 홍수의 지속 기간이 약 10% 줄어들고 2년 빈도 홍수가 발생할 확률도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짧지만 강력한 집중호우가 늘어나 기존 배수 시스템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교통 마비나 인프라 고장,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할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연구진은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면 강수량도 증가해 홍수 위험이 커진다고 봤다.
이처럼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는 시나리오에선(SSP5-8.5) 2070~2100년 사이 폭풍이 강해져 강수량이 증가하고, 도시화와 삼림벌채로 토양의 빗물 흡수 능력도 줄어들면서 홍수 지속 기간이 현재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는 홍수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의 경제와 공중보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산강에 설치된 댐과 저수지도 높은 홍수 위험의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나 저지대처럼 홍수에 취약한 지역에서 피해가 클 것"이라며 "영산강 유역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복구 역량이 부족한 지역부터 우선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산강이 우리나라 5대강 중 홍수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연세대 연구진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5대강의 강우량과 홍수량을 분석한 결과, 2100년까지 기후변화로 강우량과 홍수량이 가장 변할 확률이 높은 강은 영산강이었다. 연구진은 다른 강보다 기후변화 적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한국의 극한폭우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CNN·BBC·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집중 보도했으며 가디언은 "기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극심한 기상 현상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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