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스포츠 일정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 치러지며 선수와 관중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열려 온 월드컵 개최 시기조차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날짜 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봄이 점점 빨라져 4월 5일 식목일을 더 이른 시기로 옮기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산림청도 3월 중순이나 세계 산림의 날(3월 21일)로 식목일 변경을 검토한 바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는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따로 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논의가 스포츠 업계에도 번졌다. AP통신은 16일(현지 시간) 올해 클럽월드컵이 극심한 폭염 속에 치러졌으며, 이로 인해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스포츠 일정이 기후위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리즈대학교 피어스 포스터 교수는 "겨울 개최나 더 시원한 위도에서 열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단 한 번의 폭염으로 스포츠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스포츠 주최 측이 기후와 건강 과학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P가 미국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월드컵이 열리는 6~8월 세계 평균기온은 1930년 이후 1.5도 상승했다. 유럽 여름 기온은 같은 기간 1.81도 올랐고, 최근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FIFA는 올해 클럽월드컵에서 폭염 대응책으로 추가 휴식시간과 물 공급, 벤치 냉방 등을 강화했지만 첼시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는 경기 중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내년 월드컵에서는 낮 경기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 16곳 중 6곳은 '극심한 열 스트레스'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이후 열릴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에서도 폭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올여름 세 나라 모두 섭씨 40도를 넘는 고온을 기록했다.
시드니대학교 올리 제이 교수는 "현재 선수와 일반인이 중등도 이상 열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1990년대보다 28% 증가했다. 기후위기는 스포츠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AP는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월드컵과 같은 주요 스포츠 대회의 일정과 장소가 앞으로 더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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