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홍살귀상어가 새끼를 낳기 위해 7개월간 6000km를 이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기록된 홍살귀상어 이동 거리 중 가장 길다. 과학자와 환경전문가들은 '관리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공해 지역도 보호구역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찰스다윈재단과 미국 노바사우스이스턴대 등 국제 연구진은 2023년 2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 해양보호구역에서 암컷 홍살귀상어 한 개체에 위성 송신기를 부착했다. 연구진은 이 상어가 소리와 접촉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무소음 장비를 착용하고 2m 떨어진 거리에서 조심스럽게 송전기를 달았다.
'알리시아'로 불리는 이 홍살귀상어는 몸길이 2.7m 성체로,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임신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알리시아는 5월 초, 갈라파고스 제도를 떠나 파나마 연안까지 약 1300km를 이동했는데, 이 지역은 홍살귀상어 새끼들이 모여 자라는 '보육원'으로 알려진다.
알리시아는 파나마에 단 6일 머문 뒤 서쪽으로 약 3000km를 더 이동했다. 이후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에서 1800km 떨어진 공해에 도착했고, 송신기 배터리가 다 닳은 9월까지 약 77일간 공해에 머물렀다. 공해는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공공의 바다를 말한다.
연구진은 알리시아가 파나마에서 새끼 15~30마리를 낳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기록은 홍살귀상어가 해양보호구역을 넘어 광범위하게 이동하며 특히 출산과 보육, 회복을 위해 다양한 해역을 이동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찰스다윈재단 해양과학자 펠라요 살리나스 데 레온은 "알리시아처럼 임신한 홍살귀상어가 출산 이동 중에 잡히거나, 갓 태어난 새끼들이 매일 그물에 잡히고 있다"며 "해양보호구역 밖이나 공해에서도 멸종위기종 상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교 마무드 시브지 교수는 "이번 기록은 홍살귀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해역을 추가로 보호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고 말했다.
홍살귀상어는 지난 70년간 전세계 개체수가 80% 감소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에 지정됐다. 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여전히 어획돼 아시아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팔리고 있다.
한편 전세계 공해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국제 합의가 2026년 1월 1일 공식 발효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