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수십억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마스크 사용량이 늘어나던 시절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인데, 이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해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됐다. 

사진은 과거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던 시절 곳곳에 버려져 있던 마스크와 물티슈.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사진은 과거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던 시절 곳곳에 버려져 있던 마스크와 물티슈.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광주과학기술원이 최근 “환경·에너지공학과김태영 교수 연구팀이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등과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기된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선충은 토양에 널리 서식하는 약 1 mm 길이의 작은 생물로,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기술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일회용 마스크는 연간 수백억 개에 달하며 이로 인해 막대한 폐기물이 발생했다.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 섬유로 제작되는 마스크는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으며 이는 수질뿐 아니라 토양 생태계에도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플라스틱 입자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해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과 같은 토양 생물의 번식 기능 저하는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어 폐마스크의 생태계 위해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세 종류의 일회용 마스크(KF94, 의료용, 방진용)와 비교용 폴리프로필렌(PP)원료를각각 표준 토양에 혼합해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일회용 마스크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예쁜꼬마선충에게 번식력 저하를 유발하며, 그 원인 물질이 미세플라스틱에서 유출되는 첨가제임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0.3% 농도에서 KF94 및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이 각각 33%, 46%까지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반면, 의료용 마스크와 폴리프로필렌(PP) 원료 섬유는 생식 독성 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대사체분석(metabolomics)을 통해 선충의 대사 경로에 변화가 생긴 사실도 확인했다.

KF94 마스크와 방진용 마스크의 미세플라스틱은 공통적으로 폴리아민(polyamine)생합성 경로를 교란시켰으며, 각각 다른 첨가제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사물질에 미치는 영향 역시 차이를 보였다.

고해상도 질량 분석결과 마스크에서 프탈레이트(phthalates)등의 화학 첨가제가 검출되었으며, 이 물질은 생식 독성을 유발하는 내분비 교란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첨가제가 대사 교란과 생식력 저하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회용 마스크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과 마스크 제조 과정에서사용된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에 미치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독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스크 폐기물의 장기적인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친환경적 마스크 소재 개발과 처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과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2025년 6월 3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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