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메뚜기의 생존전략은 '도시락'이다. 극한 가뭄 속에서 물은 없지만 밥만 있으면 된다(?)
사막에 사는 메뚜기들이 알 속에 '비상식량'을 챙겨 넣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말라붙은 땅에 낳은 알에서 태어난 새끼 메뚜기들이 체구는 작지만, 몸속에 남긴 영양분 덕분에 공복을 더 오래 견뎠다. 이른바 '도시락 전략'이다. 기후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진화해 온 생존 기술이다.
연구는 일본과 프랑스, 모리타니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PNAS Nexus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사막 메뚜기가 건조한 환경에서 알을 낳을 때, 성장보다는 생존을 우선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어미 메뚜기는 번식 밀도가 높을수록 알 수를 줄이고, 크기를 키웠다. 큰 알이 건조한 흙 속에 놓이면,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성장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알 속 내부 영양분을 남기는 전략을 택했다.
실험 결과, 건조한 환경에서 부화한 메뚜기 새끼들은 체구가 작았지만 몸속에 '도시락'처럼 남아 있는 노른자(요크) 덕분에 공복 상태에서 최대 5일 가까이 버틸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몸이 큰 개체일수록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연구에선 작아도 도시락을 지닌 쪽이 훨씬 오래 버텼다. 연구진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몸속에 미리 챙긴 비상식량처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뚜기 알은 흙 속에 낳아지고, 부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의 수분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가뭄 상태가 알에게 '경고 신호'처럼 작용해 미래의 열악한 환경을 예측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건조한 흙에 놓은 알일수록 체성장에 쓰일 에너지를 줄이고, 비축해 둔 영양분을 남겼다. 덕분에 새끼는 부화 직후 먹이를 찾지 못해도 일시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도시락 전략'은 군집형 메뚜기에서 뚜렷했다. 군집형은 많은 개체가 함께 모여 이동하는 메뚜기로, 더 큰 알을 낳고, 알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일반적인 환경보다 건조한 조건에서 훨씬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건조한 큰 알에서 태어난 새끼는 일반적인 알에서 나온 새끼보다 평균 생존 시간이 230% 더 길었다는 결과도 있다.
사막 메뚜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60여 개국에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행동과 생존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대규모 피해를 예측할 수 있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극한 기후 속에서도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미와 새끼가 전략적으로 자원을 나누는 모습"이라며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곤충 생태가 어떻게 진화하고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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