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하면 숲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나무 두드림 소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딱따구리는 단지 나무에 구멍을 뚫고 벌레를 잡아먹는 새가 아니다. 그들은 숲의 건강을 유지하고, 수많은 생명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숲의 탄소저장 능력을 끌어올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계 지킴이로 불린다.
나무에 구멍을 뚫는 행동만 보고 자연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 기우다. 딱따구리는 병든 나무를 찾아내는 타고난 진단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썩은 나무나 해충이 침입한 나무에 구멍을 뚫고 나무 속 해충을 잡아먹는다. 단순한 식사처럼 보이지만 병든 나무의 번식을 막고 해충이 급증하는 것을 조절하는 자연 방제사로서 숲 전체 건강을 지켜준다.
미국 임업청(US Forest Service) 보고서에 따르면, 딱따구리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서 송충이, 딱정벌레 유충 등을 잡아먹으며 해충의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검은등딱따구리는 산불이나 해충 피해를 입은 침엽수림에서 활동하며 탄소 순환을 돕고 토양 영양분 회복에 기여한다고 알려진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만드는 독특한 생태 특징을 보인다. 이곳은 딱따구리가 떠난 뒤에도 수많은 생명들의 피난처가 된다.
유럽조류학회에 따르면, 딱따구리의 빈 둥지는 작은 올빼미, 박쥐, 청설모, 곤충 등 40종 이상의 생명들의 활동처가 돼 숲 생물다양성의 핵심 거점이 된다. 생존에 필요한 은신처를 찾기 어려운 야생동물들에게 딱따구리가 실질적인 건축가로서 역할을 하며 복잡한 공유 자원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딱따구리의 서식지는 주로 오래된 원시림이나 큰 나무가 많은 혼효림이다. 이들은 산림의 유지와 재생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저장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산림 파괴와 도시 확장으로 딱따구리의 서식지가 빠르게 줄면서 이들 개체수도 급감하고 있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딱따구리 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오키나와딱따구리, 페르난디나딱따구리 등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으로 등재돼 있다.
<지친소: 지구지킴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에서는 지구의 탄소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먹이 활동 또는 서식 특징을 가진 동식물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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