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뉴스펭귄
(사진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국내 최초 딱따구리 보전 단체가 출범했다. 이름도 매우 직관적으로 '딱다구리보전회'다. 이들은 우리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는 데 중요한 딱따구리를 알리고 보전하는 목적으로 모였다.

16년째 딱따구리를 관찰해온 김성호 생태작가와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딱다구리보전회는 매년 4월 27일을 '딱다구리의 날'로 정하자고 주장하며 지난 27일 ‘우리 숲에 딱다구리가 살아요’를 주제로 창립 포럼을 열었다.

가깝고도 먼
딱따구리와 인간

딱따구리는 딱따구리목 딱따구리과 새를 통칭하며 세계에 약 240종이 서식한다. 우리나라 도심 공원과 근교 숲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새다. 현재 우리나라에 번식하는 딱따구리는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등 6종이다.

하지만 산림 개발과 간벌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크낙새는 1993년 광릉수목원에서 목격된 후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까막딱따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한다.

이에 최진우 운영위원은 포럼에서 "가로수, 아파트, 학교, 공원의 나무에 딱다구리가 둥지를 트는 미래를 상상하자"고 말하며 도시에 딱따구리에 불러들이기 위해 ▲오래된 나무 베지 않기 ▲ 가로수 과도한 가지치기 근절하기 ▲ 밤에는 밝은 조명 끄기 ▲ 농약 살포하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남종영 운영위원은 2021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 흰부리딱따구리의 멸종을 선언했다가 일부 과학자와 전문가 반대로 보류된 사례를 들며 "한국 딱따구리도 시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보전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흰부리딱따구리의 멸종을 선언한 USFWS 측은 "엄격한 과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공식적인 멸종 선언을 보류했다. 

(사진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뉴스펭귄
(사진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뉴스펭귄

딱따구리 vs. 딱다구리

한편 딱따구리라는 이름은 '딱딱' 소리를 내며 나무에 구멍을 뚫고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예전부터 조류학계에선 '딱다구리'라고 표현해왔다. 실제 국어사전은 '딱따구리'로 명시하지만 조류 도감에는 '딱다구리'로 적혀 있다.

왜 다르게 불릴까. 운영위원을 맡은 정대수 우포생태교육원장은 "딱다구리는 딱따구리의 방언인 '더구리'에서 유래해 쓰게 됐다"며 "국어학계와 표준어 개정을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단체명도 '딱다구리보전회'가 됐다.

딱다구리보전회는 앞으로 △동네 및 학교 딱따구리 탐험대 활성화 △딱따구리 이야기마당 펼치기 △딱따구리 탐조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뉴스펭귄
(사진 딱다구리보전회)/뉴스펭귄

딱따구리, 기후위기를 막는다?

보전회 측은 딱따구리가 숲을 살리고, 숲은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흡수해 결국 딱따구리가 기후위기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는 생태작가인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는 “딱다구리가 만든 나무 속 둥지 하나가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큰소쩍새, 소쩍새, 솔부엉이, 찌르레기, 호반새, 벌을 키워낸다"며 딱따구리가 숲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딱다구리가 둥지를 만든 나무는 구멍이 있어서 태풍이 불면 쓰러진다. 인간의 기계적 분쇄가 아닌 딱다구리의 자연적 분해가 숲의 순환을 도와주는 셈이다. 우리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딱다구리와 바람과 비와 눈은 오래전부터 숲 가꾸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홍석환 공동대표는 "딱다구리는 무른 나무나 썩은 나무를 골라서 둥지를 짓는다"며 "딱다구리 같은 생명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간벌이 되는데 인간이 빽빽한 나무 숲에 개입해 간벌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최원형 사무국장은 "인간은 에어컨이라도 있지만 야생에 사는 생물들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데, 딱다구리는 적어도 15종 이상의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든다"며 "딱다구리가 지켜낸 숲은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의 최종 목표는 숲 보전"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펭귄
(사진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뉴스펭귄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