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포획틀 대신 깔짚과 지렁이를 넣은 안락한 쉼터를 만들자, 46년 만에 긴꼬리숲땃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땃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주 부스만스보스 숲에서만 서식한다. 남아공 환경단체 '케이프네이처' 소속 생물학자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부스만스보스 야생보호구역에서 이 아종을 재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1979년 과학자 니코 디페나르가 처음 기록한 이 땃쥐는 긴꼬리숲땃쥐의 아종으로, 아주 좁은 지역에만 서식하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 기록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이후 46년간 발견되지 않아 ‘유령 같은 존재’로 불렸다.
서식 범위가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산림 면적이 줄어들면서 긴꼬리숲땃쥐는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종으로 지정됐다.
생물학자들은 이전에도 이 땃쥐를 찾기 위해 철망으로 된 설치류 덫을 설치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방법을 바꿨다. 함정 안에 푹신한 깔짚을 깔고, 은신처가 될 작은 상자를 넣었다. 때때로 지렁이도 함께 넣었다. 이렇게 제작한 함정 76개를 보호구역 전역에 설치했다.
처음엔 아무 성과가 없었지만, 마침내 한 함정에서 꼬리 길이 6cm인 암컷 긴꼬리숲땃쥐가 발견됐다. 몸무게 13.7g에 불과한 이 땃쥐는 사진 촬영을 거친 뒤 무사히 숲으로 돌아갔다.
케이프네이처의 생태학자 마리엔 빌리어스 박사는 “드디어 이 작은 땃쥐를 생물학 버킷리스트에서 지울 수 있게 됐다”며 “현실에서 볼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유니콘 같은 동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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