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일반 과학자보다 낮다는 전 세계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치 성향이 보수적일수록 이 격차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얼마나 누가 불신하는지를 밝힌 조사는 아니다. 다만, 정치적 성향이 기후과학자를 신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내용과 무관함.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내용과 무관함.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등 국제 연구진은 68개국 시민 6만9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일반 과학자와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 수준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됐다.

조사 결과, 기후과학자에 대한 평균 신뢰도는 5점 척도 기준 3.5점으로, 일반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인 3.6점보다 낮았다. 전체 68개국 가운데 43개국에서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고, 19개국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6개국에서는 오히려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았다.

한국을 포함한 68개국 '과학자(보라색)'와 '기후과학자(녹색)'에 대한 평균 신뢰도 비교표 일부. 한국도 일반 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기후과학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사진 Ghasemi et al. (2025))/뉴스펭귄
한국을 포함한 68개국 '과학자(보라색)'와 '기후과학자(녹색)'에 대한 평균 신뢰도 비교표 일부. 한국도 일반 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기후과학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사진 Ghasemi et al. (2025))/뉴스펭귄

한국도 이러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응답자의 일반 과학자에 대한 평균 신뢰도는 약 3.54점,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도는 약 3.3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68개국 중 43개국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한 패턴으로, 한국도 과학자 유형에 따라 신뢰 수준이 다르게 나타난 국가 중 하나다.

연구진은 정치적 성향이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보수적이거나 우파 성향이 강한 응답자일수록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경향이 있었으며, 이 같은 경향은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위쪽 지도는 일반 과학자에 대한 신뢰, 아래쪽 지도는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왼쪽은 좌우 정치성향(좌파-우파), 오른쪽은 이념 성향(진보-보수)에 따른 신뢰 경향을 나타낸다. 파란색일수록 진보·좌파 성향이 높은 나라, 빨간색일수록 보수·우파 성향이 높은 나라를 뜻한다. (사진 Ghasemi et al. (2025))/뉴스펭귄
​위쪽 지도는 일반 과학자에 대한 신뢰, 아래쪽 지도는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왼쪽은 좌우 정치성향(좌파-우파), 오른쪽은 이념 성향(진보-보수)에 따른 신뢰 경향을 나타낸다. 파란색일수록 진보·좌파 성향이 높은 나라, 빨간색일수록 보수·우파 성향이 높은 나라를 뜻한다. (사진 Ghasemi et al. (2025))/뉴스펭귄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곧바로 '기후위기 불신'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특정 과학 분야에 대한 신뢰가 정치적·사회적 요인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를 이끈 옴미드 가세미 박사는 "기후과학자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개인 성향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별 미디어 환경, 정책 방향,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 인식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를 통해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국가 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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