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양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그런데 최근 수면 위에 설치되는 수상 태양광과 해양풍력 발전소가 뜻밖에 물새와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로 역할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각 재생에너지가 야생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이들은 재생에너지와 생물다양성이 미묘한 공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재생에너지 구조물이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야생동물 서식지를 고려한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연구진은 수상 태양광(Floating Photovoltaics)이 물새들의 서식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전역의 저수지, 정수장 등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시설을 대상으로 물새들이 태양광 패널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왜가리가 태양광 패널 위에 앉아서 먹이를 노리는 모습, 가마우지가 물속을 헤엄치며 앉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 패널 아래에 둥지를 트는 모습 등 다양한 사례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물새 종마다 태양광 시설과 상호 작용 모습은 달랐으며, 패널이 한 종에겐 피난처일 수 있어도, 다른 종에겐 접근을 차단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고 짚었다.
엘리엇 스틸(Elliott Steele) 연구원은 “물새들이 수상 태양광 시설을 실제로 서식지처럼 사용하는지, 혹은 이 시설로 인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일부 종은 태양광 패널을 쉼터나 사냥터, 심지어 둥지를 트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이런 이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레베카 에르난데스(Rebecca R. Hernandez) 교수는 “수상 태양광과 물새의 상호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이라며, "지역, 계절, 종에 따라 맞춤형 보전 전략이 필요하다. 일률적인 정책은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실렸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소 단지가 일부 해양 생물들에게 의외의 피난처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나왔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연구진은 북해에 위치한 네 곳의 풍력발전 단지 안팎에서 해수 샘플 436개를 채취하고 환경 DNA(eDNA)를 분석해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파악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서양홍어는 네 곳 중 세 곳에 연중 분포한 것이 확인됐고, 스타리 스무스하운드(상어의 일종)와 블론드 레이(가오리의 일종)도 여러 계절에 걸쳐 서식했다는 것이 파악됐다. 특히 겨울철에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돌묵상어가 풍력단지 내부에 서식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해상풍력 발전소 주변에는 저인망 어업이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제한이 해저 생태계의 회복을 돕고, 덕분에 조개류나 작은 어류가 늘어나며 포식자인 연골어류에게 더 풍부한 먹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이유를 추측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오션앤코스탈매니지먼트(Ocean & Coastal Management)에 게재됐다.
향후 두 연구팀은 모두 추가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수상 태양광 시설에서는 계절, 지역, 종별 행동 패턴을 추적하고, 해상풍력 단지에서는 장기적인 DNA 변화, 카메라 트랩 분석 등을 통해 감지된 상어와 가오리가 어떻게 단지 안에 머무르며 번식하고 먹이를 찾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UC 데이비스의 엠마 포레스터(Emma Forester) 연구원은 “과거에는 재생에너지 개발 단계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생태계에 서식하는 야생생물들에게도 이로운 방식의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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