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 그물망 구석에 고립된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골프연습장 그물망 구석에 고립된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충북 청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수리부엉이가 탈진 상태로 구조됐다. 수리부엉이는 골프장 그물망 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고립됐고, 날아드는 공을 피하다가 탈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야생동물센터는 2일 공식 SNS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충북야생동물센터 인근 골프연습장 이용객으로부터 "골프장 안에 독수리가 날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조팀 현장 도착 후, 수리부엉이는 그물망 안에서 날아드는 공을 피하고 있었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사람이 있는 방향 천장은 뚫려 있고, 공을 막기 위한 반대편은 사방이 그물망으로 덮여 있다. 비행 중 유입된 새가 출구를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다. 센터에 따르면 수리부엉이는 그물망에 매달렸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행동을 반복했으며, 구조 당시에는 저항이 없을 만큼 탈진 상태였다.

그물망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수리부엉이 (영상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그물망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수리부엉이 (영상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골프연습장은 사람이 있는 방향 천장은 뚫려 있고, 공을 막기 위한 반대편은 사방이 그물망으로 덮여 있다.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골프연습장은 사람이 있는 방향 천장은 뚫려 있고, 공을 막기 위한 반대편은 사방이 그물망으로 덮여 있다.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구조는 약 30분 정도 소요됐다. 다만, 당시 골프장에는 주말 이용객이 많아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골프 연습은 중단되지 않았고, '쟤 절대 못 잡아', '내가 공으로 맞출 거야' 같은 발언도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이 구조에 협조하진 않는 분위기였다. 관계자 역시 민원을 우려해 (구조를 위한) 이용객 제지에 소극적이었다"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구조된 수리부엉이는 수액 처치를 받은 뒤 기력을 회복했고, 다음날 비행에 이상이 없어 자연으로 방사됐다. 관계자는 "무서워 도망치다 탈진한 것으로 보이며, 번식기를 고려해 방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리부엉이뿐만 아니라 다른 조류도 대형 그물망이 위험할 수 있다. 구조상 출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구조자 또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관계자는 "사람이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은 아니지만, 손발을 지지할 수 없어 축구장 골대에 매달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있는 방향 천장까지 그물망이 설치된다면 유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설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수리부엉이는 보호종이라 일부 알아보는 이들이 있어 구조로 이어졌지만, 더 작은 새들은 눈에 띄지 않아 관심조차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리부엉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24-2호로 보호받는 종이다.

구조 당시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구조 당시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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