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국내 처음으로 야생 포유류인 삵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됐다. 삵 개체수 감소와 인체 감염 우려가 나오지만, 두 가능성 모두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저수지 인근에서 주민 신고로 발견된 삵의 폐사체를 검사한 결과, H5형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야생 포유류에서 AI 감염이 확인된 국내 첫 사례다.

삵이 AI에 감염된 조류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삵이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오랫동안 먹지 못한 탓에 부검 당시 위 내용물은 비어 있었다.

이번 사례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먼저 멸종위기종인 삵 개체수가 AI 감염으로 줄여들 가능성이 있는지, 고병원성 AI가 야생 포유류까지 넘어온 상황에서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다.

두 질문에 대한 답 모두 '가능성 없음'이다. 삵은 단독 생활을 하는 종으로 감염 개체가 다른 개체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리나 기러기 같은 야생 물새류는 AI에 걸려도 오래 살아남지만 삵은 생존이 불가하다.

또 삵이 인간 거주지로 넘어오더라도 AI를 퍼트릴 가능성은 희미하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삵이 인간 거주지로 영역을 확장할 일도 없겠지만 AI에 감염된 삵은 활동성이 떨어져 사람과 접촉할 확률이 낮다"며 ""해외에서는 농장 노동자처럼 일상에서 포유류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 감염이 확인됐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을 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야생 포유류에서도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됐다는 상징이 있지만 다른 개체나 종으로  퍼질 가능성은 현재로서 없다"고 덧붙였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은 "AI가 인간까지 오려면 숙주의 여러 진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삵이 포유류라고 해도 당장 인간에게 퍼질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고병원성 AI 전파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삵이 발견된 지역을 예찰하고 있으나 아직 삵을 비롯해 다른 포유류나 조류 폐사체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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