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한 기자] 자연 속 동물이나 식물에서 따온 이미지나 이름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제 해당 동식물의 생태계에는 (경제적인) 공헌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 종이나 개체에 ‘로열티’에 대한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자연 이미지를 사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그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게 옳을까?

자연 속 동물이나 식물에서 따온 이미지나 이름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제 해당 동식물의 생태계에는 (경제적인) 공헌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자연 속 동물이나 식물에서 따온 이미지나 이름 등을 홍보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제 해당 동식물의 생태계에는 (경제적인) 공헌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재단법인 숲과 나눔에서 운영하는 ‘풀씨행동연구소’가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위와 같은 화두를 던졌다.

이윤주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이메일에서 두꺼비를 브랜딩에 활용한 소주, 버드나무(willow)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AI분야 양자칩, 과거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활용했던 식품 등을 예로 들면서 “동식물을 의인화해 친근감을 얻고 매출을 늘리는 만큼 해당 종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적 책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자연에서 따온 이름은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쓸 수 있다. 동물 등을 활용하면 대중의 공감과 호감을 사기도 쉽다. 이런 이유로 동식물을 홍보에 쓰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해당 종 보호에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 캠페이너는 학계에서 일어났던 관련 논의도 소개했다. 영국에서 사자는 왕실 문양이고 프리미어리그의 상징으로 쓰인다. 2017년 현지에서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기념품 셔츠 1장당 1파운드씩 기부하면 한화 기준 약 90억원 규모의 사자 보전 활동 기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이 돈으로 동아프리카에서 사자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을 연간 4천 명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 열린 브라질 월드컵 때도 관련 논의가 있었다. 당시 월드컵 마스코트가 멸종위기종 ‘세띠아르마딜로’였는데 과학자들이 FIFA와 브라질 정부에 1골당 1,000헥타아르의 아르마딜로 서식지를 보호하자는 활동을 제안한 바 있다.

캠페이너는 동물 마스코트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제도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기업들이 자사 홍보에 활용한 멸종위기종 등 동식물 보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메일에서 해외 자료 등을 인용해 “UNDP는 기업 광고에 동물이 등장할 경우, 미디어 예산의 0.5%를 기부하도록 장려하는 기부제도를 운영해 90여억 원의 서식지 보호 자금을 모금한 바 있으며 글로벌환경기금(GEF), 세계은행,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등이 라코스떼 등 동물 로고를 사용하는 프랑스 패션브랜드와 함께 로고로 사용되는 멸종위기종의 보전 기금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 중 자사 브랜드와 친숙한 동물 보호 활동을 펼친 사례도 있다. 국내 최장수 소주인 진로 소주는 두꺼비 이미지를 상표에 활용한다. 하이트진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두꺼비 관련 로드킬 저감 활동을 지역사회에서 연 2회 생태교육을 펼치는 등 관련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윤주 캠페이너는 “지역에서 두꺼비 구조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업과 연계하면 그런 팀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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