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한·배진주 기자] 1980년대 초반 ‘온산병’과 ‘공해추방’이 환경 분야 주요 의제이던 시절이 있었다. 탄소중립이나 기후위기 같은 단어는 아직 없고 사람들이 ‘미세먼지’라는 단어도 잘 모르던 시대였다.

그 시절 환경운동에 뛰어든 1세대 활동가는 요즘의 환경 청년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무슨 일을 중요하게 여길까? 이 인터뷰는 그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재단법인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과 만난 이유다. 

환경·안전·보건 분야 인재 기르는 숲과나눔 

지난 8월, 환경 분야에서 의미 있는 소식 하나가 들렸다. 장재연 이사장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재단(숲과나눔)에 기부한다는 소식이다. 재산 처분과 활용 방식은 재단 이사회에 모두 위임한다고 했다.

비영리 재단 숲과나눔은 올해 7년차다. 환경·안전·보건 분야 장학생 지원과 환경운동 활동가 양성 등 여러 공익사업을 펼친다. 장 이사장은 2018년 재단 창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재단에 출연했는데 ‘지원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장 이사장과 만나 기부 이야기와 재단 관련 이야기부터 물어봤다.

“문제 제기보다 해결, 혼자 말고 함께”

장재연 이사장은 숲과나눔 재단을 통해 환경·안전·보건 분야 장학생을 지원하고 환경운동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장재연 이사장은 숲과나눔 재단을 통해 환경·안전·보건 분야 장학생을 지원하고 환경운동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활용 방식은 이사회에 위임했는데 그 돈이 어느 곳에 어떻게 쓰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나요 

많은 돈 기부한 게 아니어서 커다란 사업계획 짤 정도의 규모는 아니에요. 대지 넓고 적당한 규모 건물 있는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원래 환경 관련 역사적 기록이나 사진 모아 전시장 만들려던 장소거든요. 지금은 환경에 뜻 있는 젊은이, 공부 마쳤는데 취업 어렵고 관련 활동이나 연구 하고 싶은데 방법 모르는 청년 어떻게 도울지 고민 중입니다. 물론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하죠.

재단 만들어지고 SK하이닉스가 ‘지원 하되 간섭 하지 않는다’ 했고 이사장님은 ‘모두 기부하지만 처분과 활용은 위임’ 하잖아요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인데요

‘내 돈이 잘 쓰여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다’ 그런 마음은 가질 수 있죠. 하지만 이런저런 제약이 생기면 효과적으로 쓰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받는 기관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하면 기부 하지만 간섭 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 수 있어요. SK하이닉스와 이 재단의 경우는 처음부터 그게 가능했어요.

돈 내는 사람 목소리가 큰 게 세상 이치인데 믿음이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겠죠

예전의 저도 기업이나 정부 돈 받는데 거부감이 있었어요. 자본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죠. 하지만 그러다 보니 돈 없고 가난해 인력 운영이 어렵더군요. 그래서 ‘출연하지만 간섭 안 하는’ 조건을 걸었고 기업 사회공헌과 사회적 신뢰 등에 관심이 많던 하이닉스와 손 잡을 수 있었어요.

숲과나눔 창립 7년차인데 지난 행보 돌아보면 뭐가 뿌듯하고 반대로 무엇이 아쉬웠나요

잘 한 일 고르면 인력 양성하고 그들이 서로 힘 합쳐 다양한 시도 할 수 있게 만든 일입니다. 문제만 제기하는 게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인재 키우자는 계획이 있었어요. 몇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큰 숲’을 생각했어요. 보통 인재를 나무에 비유하지만 숲은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니까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죠. 

이제 성과가 눈에 보이는 시기인가요

7년 돌아보면 처음에는 황무지에 묘목 심는 느낌이었어요. 이게 쑥쑥 자라 저변 만들어지고 시민사회 곳곳에 우리와 같이 하는 친구, 함께 공부하는 장학생 늘어나면서 제법 넓은 저변과 단단한 기초가 만들어졌죠. 묘목이 잘 자라 지금은 중간 나무가 된 느낌이 들어 뿌듯합니다.

혹시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코로나 시기요. 장학생이나 참여하는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오프라인에서 그게 잘 안 됐거든요. 원래 30명이 함께 모여 의견 나눴다면 그 기간에는 3명씩 10번으로 쪼개 진행하려니 비효율적이었죠.

뿌듯했던 일은 더 키우고 아쉬웠던 일은 개선하는 게 숙제인데 그런 준비가 잘 되고 있나요

큰 틀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 함께 논의할 사람 키우자는 취지거든요. 차근차근 성장한 사람, 관련 인력이나 모임이 많이 생겼어요. 크고 작은 연구회 모두 더하면 수백 개 단위고요. 여러 프로그램 런칭하고 사람 선발하고 사회적 신뢰도 얻어왔는데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죠.

환경이라는 큰 틀에서 뜻이 맞아도 여럿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환경분야 몸 담은 사람 사이에 예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100명의 환경운동가가 있으면 그들 생각이 모두 다르다’는 말이요. 정말 다양성 큰 동네에요. 외부 구속 안 받으려 하고 특징과 개성 강한 사람이 많이 모여 있죠. 이런 다양성이 좋지만 한편으로 힘이 잘 안 모이기도 합니다. 일사불란하게 결집하는 부분이 없기도 하죠. 그 다양성을 강점으로 끌어내는 게 숙제에요.

네트워크 강조하는 이유가 그래서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다양성도 좋지만 방향성을 잡아야 하니까. ‘일단 한 방향으로 노 저어야 배가 동쪽이든 서쪽이든 간다’, ‘설득하고 방향 찾는 리더가 되자’ 이런 이야기 청년들에게 많이 합니다. 주위 사람을 환경 개선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문제제기형보다 ‘문제해결형’이 되어야 하고, 혼자보다 함께해야 하고, 해결할 때 합리성이나 과학, 소통에 기반 두는 리더가 필요하죠.

 

“꼭 필요한데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한다”

장재연 이사장은 환경 분야에서의 활동 범위가 매우 넓다. 지난 15년 이상 수백번 이상 바다에 직접 들어가 해양생물을 촬영한 경험도 있다. 과거 자신의 작품으로 사진전도 열었다. 당시 그는 “지구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 하나의 생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런 생물이 모여 사는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 깨닫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바다에서 촬영 중인 장 이사장 (사진 에코포토 아카이브)/뉴스펭귄
장재연 이사장은 환경 분야에서의 활동 범위가 매우 넓다. 지난 15년 이상 수백번 이상 바다에 직접 들어가 해양생물을 촬영한 경험도 있다. 과거 자신의 작품으로 사진전도 열었다. 당시 그는 “지구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 하나의 생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런 생물이 모여 사는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 깨닫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바다에서 촬영 중인 장 이사장 (사진 에코포토 아카이브)/뉴스펭귄

장 이사장은 1980년대 초 온산병 사태 때 환경운동에 입문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공업단지 일대에서 발생한 공해병이다.

당시 그는 주민들의 피해 사실 입증하는 조사에 참여했는데 공단에서 발생한 공해로 지역 주민이 고통받는 모습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꼭 필요한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일을 직접 하겠다는 결심 굳힌 시절’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환경운동이 ‘세상의 여러 존재 대신해 목소리 내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말 못하는 다른 생물 대신하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미래를 대신하고, 피해자가 되어도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대신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이건 환경이 먼 나라 남의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 여러 존재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화두라는 취지다.

1980년대 초중반 ‘온산병’ 이슈 때 관련 조사에 참여했는데 당시 청년으로 또는 한 인간으로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 했나요

1970년대 후반 유신 독재시절, 그리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던 시기에 대학에 있었어요. 사회문제에 관심 있던 세대였고 또 그런 시절이었죠. 졸업하고 세상에서 무슨 일 할까,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무슨 문제 해결할까 이런 생각 늘 했죠. 그 중 마음에 들어온 게 환경이었어요. 내가 공부하고 관심 있던 분야와 잘 맞았고요.

문제 보고 탄식하는 사람은 많아도 직접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 시절 스스로를 움직인 힘은 뭐였나요

순진해서 그랬나봐요(웃음) 어떤 거창한 이유보다는 글쎄요, ‘하게 되니까 했던’ 거 같아요. 어릴 때도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 환경운동 시작하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길을 바꾸지는 않았어요. ‘연민’이나 ‘측은지심’일 수도 있고, 꼭 필요한데 아무도 하지 않으면 그건 불의한 일이라고 여겼어요. 남들이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으면 내가 하자는 마음도 있었고요.

탄소중립은 물론이고 미세먼지라는 단어도 없던 시절이잖아요 그런데 당시 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을 연구했죠 주위에서 그런 행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해요 

환경운동이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공해추방’이라는 표어만 있던 시절입니다. 환경을 왜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고 관심이 덜했던 시절이에요. 말하자면 초창기였죠. 박사학위 논문 심사 과정에서는 ‘환경이 학문이냐?’라는 질문도 들었어요.

학술적으로 연구할 분야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나요

‘과학과 학문은 재현이 가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실험해도 똑같이 나와야 학문이다’ ‘작년에 측정한 오염도를 지금 다시 하면 그걸 어떻게 증명이라고 할 수 있냐’는 지적을 들었어요. 지금과는 인식이 많이 달랐습니다.

세상에는 꼭 필요한 일도 있고 귀찮은 일도 있는데 그런 갈림길에서 우선순위는 어디 뒀나요

옳은 일 해야 한다는 건 분명했고 옳은 일인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거나, 아무도 안 하면 내가 직접 하자. 이왕 하는 일이면 보람 있고 즐겁게. 그런 마음이 컸어요. 제일 크게 작용한 건 ‘중요한데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환경은 중요한 문제인데 왜 경제나 정치 등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까요

이 부분은 여러 환경 전문가나 다른 분들이랑 내 의견이 좀 달라요. 저는 환경을 정치 또는 경제랑 대비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정치를 ‘친환경 정치’와 ‘반환경 정치’로 나눠 생각하죠. 경제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경제’냐 아니면 ‘반대의 경제’인지 짚어봤고요.

따로 떼어 구분할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과제라는 의미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해요. 당연합니다. 잘 먹고 살자고 예산 분배하고 제도 만드는 게 경제고 정치잖아요. 환경이 이것보다 더 중요하다 덜 중요하다 저울질 하지 말고 그런 분야를 환경적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에요. 서로 상충하고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시선으로 봐야죠.

환경 문제가 남의 일이나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펭귄>은 ‘아이에게 좋은 지구 물려주자’ ‘북극곰 위험해’ 이런 메시지를 경계해요 먼 일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서요 지금 당장 내 일인데 

미래 위해서도 환경이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환경 운동이 누군가를 대신해 이야기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말 못 하는 생물 대신하고, 피해 생겨도 발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하는 일이죠. 아직 태어나지 못한 미래도 대신하고.

질문한 이야기가 맞아요. 먼 나라 아직 안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당장 우리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을 조사하고 있어요. 관련 연구나 학술대회, 포럼도 열고요. 지구가 아픈 게 아니라 내가 아픈거니까.

청년 환경운동가 만나보면 ‘기성세대가 이 문제에 관심이 적다’는 불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기본적으로 그런 불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청년에게 어떤 기회 주면 앞으로 인생에서 더 중요한 역할 할 수 있는지, 사회를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게 만들려는 마음 가진 귀한 청년을 어떻게 만나고 대할지 늘 생각해요. 공부나 연구 기회도 제공하고요.

환경도 그렇고 안전이나 보건 분야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돈’이 많이 도는 영역이 아닙니다 경제나 개발 논리에 늘 뒤로 밀리죠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재단 통해 환경 관련 활동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돈 없으면 사업 어렵고 유능한 인재도 안 모이요. 환경 관련 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경제적인 기회 포함한 여러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학생이 공부하고 활동할 때 도움 주고 관련 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긍정적인 선순환이 만들어질 거로 기대합니다. 그런 움직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환경 문제 풀겠다고 다른 인간 욕하지 마라”

장 이사장은 환경운동이  ‘세상의 여러 존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장 이사장은 환경운동이  ‘세상의 여러 존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장 이사장은 환경 문제를 ‘인류에게 닥친 커다란 재난과 위기’로 다루는 게 옳지 않다고 말했다. 큰 문제 아니라는 취지가 아니고 (좌절 대신) 충분히 도전할 수 있고 해결 가능한 숙제로 받아들이자는 뜻이다. 극복한다는 자신감 가지고 단계적으로 문제 풀면 멸종 같은 위기와도 멀어진다는 조언이기도 하다.

그는 “환경 관련 이슈 다루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다른 사람 비난하거나 나쁘게 몰아가지 말고 함께 책임지며 보람과 사명감 느끼게 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기후위기 심각하다는 경고만 들리고 대안 논의는 적어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이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보면 좋을까요

기후우울증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앞으로 큰일이야, 심각한 위기네, 절망적이군, 종말이 가까워, 이런 식으로만 표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환경문제는 우리가 충분히 도전하고 마땅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죠. 과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구조로 가야 해요.

그래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힘도 생기니까요

맞아요. 마치 어마어마하게 큰 산이나 벽에 가로막혔다고 느끼지 말자는 얘기에요. 재단 청년들에게도 너무 크게만 접근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경험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공해추방에서 시작한 환경운동 의제가 많이 변해왔는데 지금 가장 큰 의제는 뭘까요

많은 시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곧 가장 중요한 과제죠. 물론 학자들이 생각하는 평가방법은 있어요. 각 항목 리스크를 계산하고 비교해 상대적으로 뭐가 더 문제라는 결론도 내릴 수 있죠. 하지만 세상이 숫자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몇 년 전에는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큰 관심 있었고 지금은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으로 넘어왔잖아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탄소중립 키워드는 어떻게 보나요

탄소중립도 물론 중요한데 어느새 그냥 구호가 된 느낌도 듭니다. ‘서울을 탄소중립 도시로 만들자’는 내용의 칼럼을 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썼거든요. 지금은 탄소중립 하자는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부문별로 뭘 해야 하는지 따져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단계에요. 분리배출 잘 하라는 메시지만 내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무엇을 바꿀지 정하고 시스템 만들어야죠. 제도와 사례도 만들고요.

<뉴스펭귄>이 멸종위기 매체여서 그런 쪽 활동도 궁금해요 재단 내 풀씨행동연구소에서 생태모니터링이나 도시생태 관련 어떤 일을 하나요

생물다양성 증진하는 여러 활동, 앞으로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사전에 체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우리 국민 90%가 도시에 사는데 그 곳에서의 삶이 힘들고 불편하면 안 되니까 도시 속 삶이 어떻게 환경적이고 생태적일지, 안전하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여쭤보면 어떻습니까 환경 문제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도 멸종할 수 있나요

인간 멸종은 인간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다른 취약한 종은 위기감이 더 높을 수 있는데 사람은 짧은 시기에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과거 공룡같은 사례도 있지만 인간은 적응 능력이 뛰어나 멸종까지 가지 않을 거로 봅니다. 다만 인구가 급감하거나 그럴 우려는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환경 문제 해결하겠다며 다른 인간 욕하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너희 빨리 이거 해' 하고 강요할 게 아니라 함께 책임지고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게 해야죠.

최근 정부가 기후대응댐 계획 내놨잖아요 댐 여러 개 지어 큰 물그릇 만들고 홍수 대비하면서 공업용수로도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계획은 어떻게 보나요

댐은 물을 보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물폭탄이 될 수도 있죠. 극단적인 자연현상을 댐 몇 개로 막겠다는 발상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고 같아요. 우리나라는 이미 면적에 비해 댐이 많은데 더 지을 곳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외국에서는 댐 대신 자연적인 흐름으로 오히려 홍수를 줄인 사례도 있고요.

환경부에서는 친환경댐을 짓겠다고 하던데 어떤 댐이 친환경일까요

친환경댐이라는 말은 글쎄요(웃음) 댐을 환경적으로 보는 건 조금 어렵겠죠. 다만 불가피한 인공적 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논란을 보면서 새만금 생각이 나더군요. 멀쩡한 곳에 흙 퍼부어 덮었고 20여 년 이상 지났는데 지금도 해마다 돈 쓰면서 흙을 메우잖아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장재연 이사장은...

1957년생. 1980년대 초반 온산 공해병, 1990년대 평택 소각장, 매향리 소음 소송 등에 참여한 1세대 환경운동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대기를 연구하면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경고했고,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기후변화건강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2018년 재단 숲과나눔을 창립하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환경보건포럼, 수돗물시민회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등의 창립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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