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부터 미국 봄을 예측하는 그라운드호그 '펑수토니 필'. (사진 Punxsutawney Groundhog Club 인스타그램)/뉴스펭귄
1887년부터 미국 봄을 예측하는 그라운드호그 '펑수토니 필'. (사진 Punxsutawney Groundhog Club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입춘인 오늘(3일) 전국이 영하권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에서는 139년째 봄을 예측하는 동물 마멋이 올해 봄이 늦어질 것이라 점쳤다. 일각에서는 날씨를 예측한다는 명목으로 이 동물의 습성에 반하는 행사를 지속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Punxsutawney) 마을에서는 '그라운드호그의 날' 행사가 열렸다.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이 행사는 마멋의 일종인 그라운드호그가 겨울잠에서 나왔을 때의 행동을 보고 남은 겨울을 예측하는 전통이다. 

1887년부터 날씨를 예측해온 그라운드호그는 마을 이름을 따 '펑수토니 필'이라 불리는데, 필이 2월 초 겨울잠에서 나왔을 때 날이 맑아 자기 그림자를 보면 다시 굴로 돌아갈 것이고 겨울은 6주 더 길어진다. 반대로 날이 흐려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빨리 봄이 온다고 전해진다.

1886년 지정된 그라운드호그의 날은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한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독일에서는 고슴도치가 제 그림자를 보고 질겁해 다시 굴로 들어가면 추위가 이어진다고 믿었는데,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라운드호그가 '날씨 예보관'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물론 그라운드호그의 날씨 예보 능력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실제 그라운드호그의 예측 정확도는 100년간 40%로, 동전 던지기보다 낮은 확률이다. 지난해에는 이른 봄을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우연에 불과했다. 신빙성 없는 미신이지만, 자연을 통해 계절 변화를 내다보던 옛 관습을 되새긴다는 의미가 크다.

매년 2월 2일이 되면 '펑수토니 그라운드호그 클럽'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은 그라운드호그가 겨울잠을 자는 언덕에 모여 밤새 굴을 지켜본다. 사실은 사전에 준비한 인공굴에 마멋을 미리 넣어두고, 행사 당일 굴 밖으로 나오도록 연출하는 것에 가깝다.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필은 투명한 통에 담긴 채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다.

(사진 Punxsutawney Groundhog Club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Punxsutawney Groundhog Club 인스타그램)/뉴스펭귄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행사가 그라운드호그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필의 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 동물권 단체 페타(Peta) 설립자 잉그리드 뉴컬크는 2일 성명을 내고 "야생 그라운드호그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지만 행사 때마다 사람 손에 이끌려 소음과 강한 조명에 노출된다"고 비판했다. 대신 날씨 예측을 위해 케이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케이크를 잘랐을 때 파란색이면 겨울이 길어지고 분홍색이면 이른 봄이 온다고 해석하자는 것이다.

한편 '필'은 한 개체가 아니라 1887년부터 매년 같은 이름으로 불린 여러 그라운드호그를 의미한다. 주최 측은 필이 영원히 살아있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행사에 동원한 동물들에 같은 이름을 사용해왔다. 마치 한 개체가 100년 넘게 날씨를 예측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라운드호그의 수명은 최대 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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