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황금빛 니트를 두르고, 하얀 눈밭을 자유롭게 뛰는 담비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길고 통통한 갈색 꼬리를 살랑거리며 네 발로 껑충껑충 뛰는 모습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영상 속 담비는 최상위 포식자답게 건강한 모습으로 눈밭을 가로지르며,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 영상은 지난 22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공개했다. 담비는 지리산, 무등산, 소백산 생태통로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 인간에겐 귀엽고 야생에서는 무시무시한 최상위 포식자. 그러나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이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이 담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Q. 담비가 눈을 좋아하나요? 왠지 눈 위에서 더 활발해 보입니다
A. 상대적으로 겨울에 더 활동적일 수 있습니다. 잡식성인 담비는 소형 초식동물, 설치류, 파충류, 나무열매, 꿀 등 다양하게 먹이를 섭취하는데 겨울에는 열매류가 없어 사냥에 의존하거든요. 무리 지어 원정을 떠나거나, 고라니 또는 노루를 사냥하기 위해 협동 사냥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아지는 거죠.
Q. 두더지를 사냥하곤 나무에 숨겨두네요. 담비만의 비밀 보관소..?
A. 아마 배가 불러서 잠시 보관해 두고, 다른 먹잇감을 사냥하러 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나무에 잘 못 올라오니까요. 고라니나 노루 같은 대형 포유류도 한 번에 다 먹지 못해 여러 차례 나누어 먹습니다. 보통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거나, 두더지처럼 작은 먹이는 나무에 올려두는 거죠.
Q. 담비가 남긴 먹이를 다른 동물들이 다 가져가면요?
A. 그렇죠. 담비가 (본의 아니게) 숲속의 '공유 냉장고' 역할을 합니다. 고라니나 노루를 나무에 올리지는 않고, 움푹 파인 웅덩이나 노출이 덜한 곳에 옮겨두는데요. 담비 덕분에 너구리, 삵, 족제비 같은 다른 동물들이 겨울철 생존에 도움을 받습니다.
Q. 담비가 좋아하는 주식은 뭔가요?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고라니와 노루를 더 좋아할까요?
A. 식성은 식물성 반, 육식성 반 정도로 나뉘는데요, 담비가 고라니와 노루를 사냥하는 확률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냥에 의존하는 겨울이 아니면 열매류처럼 사냥하지 않아도 되는 먹이를 선호해요. 사람도 많이 움직이면 힘들지 않습니까? 담비도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열매 같은 식물성 먹이를 더 많이 먹습니다.
Q. 최애 간식이 꿀이라고요. 요즘 꿀이 부족할 텐데 괜찮은가요?
A. 담비가 단맛을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꿀은 담비의 주요 먹이는 아니고, 전체 먹이 중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종종 양봉농가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꿀이 없어도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Q. 과거 호랑이나 표범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지금은 없는데요, 담비는 어쩔 수 없이 산림의 왕이 된 건가요?
A. 담비는 이전부터 최상위 포식자였습니다. 다만 고라니나 노루 같은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호랑이나 표범처럼 생태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담비 나름의 생태적 역할을 하는 거죠. 자기 할 일 하는 겁니다.
Q. 도시에서도 종종 목격됩니다. 이사를 온 건가요?
A. 깊은 산 속에서만 발견됐던 담비가 최근 도시 주변에서도 목격되곤 합니다. 분포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 출현인지 아니면 도시 주변에서도 충분히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인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만약 도시 환경에 적응하는 거라면, 공존 방안을 더 고민해야겠지요. 이 현상은 앞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산속에 사는데, 왜 로드킬에 취약할까요?
A. 행동권이 넓고, 원정 사냥을 떠나기 위해 서식지를 돌다 보면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서울에서 부산 갈 때 경부고속도로를 타듯, 담비도 그들의 길이 있는데 지금은 고속도로가 없어진 것과 같아요. 또 사람은 가족끼리 서로 봐주면서 도로를 살피고 건널 수 있지만, 담비는 무리생활하더라도 한 마리씩 차례대로 건넙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한 마리씩 튀어 나가죠. 특히 어미 곁을 떠나 독립을 시작하는 청소년기 담비는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요, 이때 로드킬에 가장 취약합니다.
Q. 영상 속 귀엽고 활동적인 담비, 계속 볼 수 있겠죠?
A. 최근 담비의 분포도가 확장된 건 정말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담비가 지속가능하려면 서식지 연결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넓은 산림을 파편화, 단편화하는 현상이 심화된다면 담비는 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장기적으로 보전 노력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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