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이집트에서 5천년 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점박이하이에나(Crocuta crocuta)가 작년 깜짝 등장했다. 이집트 남동부 지역 엘바 보호구역에 나타난 이 하이에나는 남쪽으로 500km 이상 떨어진 수단에서 올라온 개체로 드러났다.
이집트에서는 무려 5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점박이하이에나가 목격된 적이 없다. 당연히 점박이하이에나의 서식지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난해 2월, 점박이하이에나 한 마리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알아즈하르대학교 압둘라 나기 박사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사진과 증거를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러한 발견은 기존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점박이하이에나가 북쪽으로 5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점박이하이에나가 먼 거리를 이동한 뒤 북쪽 지역에서 깜짝 등장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1984년부터 2022년까지의 환경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점박이하이에나 등 야생동물들의 장거리 이동이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급증하면서 식생 환경이 변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압둘라 나기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이 하이에나가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며, "이러한 환경 변화가 야생동물 이동 패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동물 장거리 이동 괜찮나? 인간과 갈등은?
점박이하이에나의 여행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먹이 활동을 위해 염소를 공격했다가 지역 유목민들에 의해 포획, 사살된 것이다. 점박이하이에나는 와디 야흐밉 지역에서 유목민들의 염소를 공격헸고, 유목민들은 가축을 앗아간 포식자를 추적해 사살했다.
압둘라 나기 박사에 따르면 앞으로 이집트에서 예기치 않은 야생동물의 출현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변화가 더 많은 야생동물의 이동과 출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점박이하이에나가 이집트에 자리를 잡고 살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목민들에게 가축은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포식자를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러한 지역에서는 야생동물로서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기 박사는 "하이에나의 이동 경로와 동기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이 고립된 사례인지, 아니면 더 큰 흐름의 시작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포유류(Mammalia)에 게재됐다.
한편 영화 라이언킹에 나와 우리에게 익숙한 점박이하이에나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로, 사바나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별명처럼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시체만 먹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사냥을 통해 먹이를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