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오랫동안 사람들을 괴롭힌 기생충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답은 생태 회복에 있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한 마을에서는 언제부턴가 '주혈흡충증'이라는 기생충 질환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삶을 위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은 알게 모르게 피부를 뚫고 들어와 혈관 속에 자리를 잡았고, 심할 때는 장기 손상이나 암까지 일으켰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주혈흡충증은 말라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기생충병이다.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데,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네갈의 마을과 소규모 농가 주민 80% 이상이 주혈흡충증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때 약을 먹으면 좋아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때뿐이었다. 생활하다가 다시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몸이 약한 어린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한다는 점도 특히 위험했다.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아프리카에서 질병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생충이 창궐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보자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주혈흡충이 주로 숙주로 삼는 달팽이에 주목했다.
언제부턴가 급격히 늘어난 달팽이들은 현지에서는 '니안티(nianthie)'라고 불리는 수생 식물을 주요 서식 조건으로 삼고 있었다. 침입종 수생 식물이었던 니안티는 농경지에서 유출된 비료와 기후변화에 힘입어 강과 호수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고 있었다. 질병 확산의 원인이었다.
*침입종 : 원래 서식지에서 분산되어 새로운 서식지에서 번성하는 종. 토착종과 경쟁해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쳐 생태경제적인 손실을 야기한다.
과학자들은 세네갈 농촌 지역 8개 마을에서 물 오염원을 제거하고 침임성 수생 식물인 니안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제거한 니안티는 400톤이 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생충의 숙주였던 달팽이의 개체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어린이의 주혈흡충증 감염률은 23%까지 줄었다. 물이 깨끗해지자 마을 주민들은 기생충 걱정 없이 식수, 농업용수도 이용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효과는 예상 외의 곳에서도 나타났다. 제거된 니안티는 퇴비로 사용는데, 기존의 퇴비보다 훨씬 더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이어서 양파와 고추 등 작물의 생산량도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세네갈의 생태학자와 경제학자 들이 협력한 이 니안티 제거 프로젝트는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고, 지난해 5월 말, 미국 생태학회(Ecological Society of America)로부터 지속가능성 과학상(Sustainability Science Award)을 받았다.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보건 문제를 생태적인 관점에서 해결한 참신하고 효과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UN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서 발간한 넥서스 평가 보고서(Nexus Assessment Report)에서도 수질 오염, 보건, 생물다양성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세네갈의 니안티 제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IPBES는 이렇게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감소, 보건 등이 얽힌 문제를 개별적으로 풀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넥서스 접근법'이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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