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기술원 연구원이 수조 안에서 재배되고 있는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뉴스펭귄
풀무원기술원 연구원이 수조 안에서 재배되고 있는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널뛰는 날씨로 바다의 양식 체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온 상승, 영양염 고갈, 잦아진 태풍 등 수산 재해가 증가하면서 해양 양식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은 김은 땅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 

김은 과거 바다의 잡초로 불리며 서양에서 천대받아 왔지만 K푸드 열풍과 함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김 수출국은 지난 15년 사이 2배로 늘었고 수출액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해수온 상승으로 온도에 민감한 김 생산량은 점점 줄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 생산량은 1억 3619만 속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0% 이상, 평년보다는 13% 이상 줄었다. 이유는 수온 상승과 기상 악화 등으로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갯병과 영양염 부족 등으로 김 성장이 부진해서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2년까지 55년 사이 우리나라 해수 표층 온도는 약 1.36도 상승했다. 이에 정부와 국내 식품기업들은 육상 김 양식에 주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5년간 총 350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세계 최초로 육상 김 양식 재배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북도, 군산시 등과 함께 내년 상반기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 착공을 시작해 내년 말까지 육상 양식 물김 연구와 마른 김을 가공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육상 김 양식 개발 사업에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등 국내 12개 식품기업이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이후 새만금 종합단지에 입주해 이르면 3년 안에 땅에서 양식된 김을 식탁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에 구축된 세계 최초 육상 김 양식 재배단지

챗GPT로 구현한 ‘육상 김 R&D센터’ 조감도. (사진 풀무원)/뉴스펭귄
챗GPT로 구현한 ‘육상 김 R&D센터’ 조감도. (사진 풀무원)/뉴스펭귄

육상 김 양식은 큰 수조 안에 바다와 유사한 생육 환경을 조성해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후변화와 같은 제어할 수 없는 환경에 따른 위험 요인을 최대한 줄여 갯병 등 병해 감염을 예방하고 해수온 상승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기존 해상에서는 김 성육 수온인 5~15도가 유지되는 10월부터 4월 정도까지만 양식이 이뤄졌다면 수조 안에서는 사계절 내내 양식이 가능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해상 양식보다 최대 100배가량 높다고 알려진다. 

풀무원은 2021년부터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바이오리엑터(생물 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식이다. 2022년에는 전라북도와 수산양식분야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3월에는 육상수조식해수양식업 허가를 취득, 충북 오송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 파일럿 시설 안에서 월 10kg 이상의 육상 양식 물김을 생산하고 있다. 같은 달 마켓 테스트의 일환으로 자사에서 운영 중인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 코엑스점에서 육상 양식으로 수확한 물김을 활용한 들깨물김칼국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8년 기술 콘셉트 사전 테스트를 시작한 CJ제일제당은 2022년 3톤 수조 배양에 성공, 지난해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2025년에는 파일럿 생산 규모를 10톤 이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동원 F&B는 올해 10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스마트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대상도 해조류 연구센터를 통해 지난해부터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육상 김 양식은 철저한 관리 아래 김을 재배하기 때문에 갯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해양 오염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며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조성하는 ‘육상 김 R&D센터’를 통해 2027년 안에 마른 김뿐 아니라 김 스낵 등 첫 육상 김 양식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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