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최근 흰배중부리도요가 사실상 멸종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일 이 새가 인간의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어떤 말을 남겼을까? 아래 편지 본문은 기자의 상상이지만 그 내용은 '멸종위기'가 아닌 진짜 멸종이다.
안녕, 지구.
이 편지가 당신의 어디까지 가닿을까요?
아마도 제가 떠나고 난 후에야 당신은 읽겠죠. 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때 시베리아의 광활한 습지는 우리의 집이었어요. 매년 여름이면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가족과 함께 하늘을 날며 자유로움을 만끽했죠.
언제부터였을까요? 익숙하던 풍경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안전하게 머물 곳이 없었고, 우리를 보호하던 물길은 메말랐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농업용 댐과 배수로가 우리 둥지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겨울이면 지중해와 중동으로 떠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마저 우리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해안 습지는 바다에 삼켜졌고, 사람들은 총과 그물로 우리의 날개를 꺾었습니다. 예멘 마을은 전쟁으로 황폐해졌고, 한때 우리의 안식처였던 메소포타미아 습지는 이제 숨이 다 끊어진 땅이죠.
살기 위해 날아야 했습니다. 하늘을 가르고 또 갈라 희망을 찾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제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졌고, 가족들도 더 이상 곁에 없었습니다. 1995년, 모로코의 어느 하늘. 그날 우리는 마지막이었겠네요. 저는 그때 이미 모든 걸 떠나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떠날 시간이 다가와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 직전 단계였던 '흰배중부리도요'(Numenius tenuirostris)가 사실상 멸종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 기록된 첫 대륙 철새 멸종 사례로, 국제적 서식지 관리 실패를 상징한다.
지난 17일 국제조류과학저널(IBI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흰배중부리도요의 멸종 가능성은 96%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습지 파괴, 오염, 사냥, 번식지와 월동지의 생태적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흰배중부리도요는 시베리아 습지에서 번식하고 지중해와 중동 지역에서 겨울을 나던 철새다. 번식지였던 시베리아에서는 농업을 위한 습지 배수가, 지중해 지역에서는 해안 습지 파편화 및 오염이 주요 위협으로 작용했다. 특히 월동지였던 예멘과 메소포타미아 습지는 전쟁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종은 1995년 모로코에서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목격 사례가 있었고, 2001년 비공식적인 목격 이후 소식이 끊겼다. 이후 번식지로 추정되던 시베리아와 북카자흐스탄에서도 서식 흔적을 찾으려는 탐사가 실패로 끝났다.
같은 도요새과(Numenius)에 속한 철새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마도요와 알락꼬리마도요도 유사한 위협을 받고 있다. IUC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4종의 새가 멸종했으며, 대륙 철새들의 멸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습지와 해안 서식지에 의존하며 멸종 위협을 받는 철새들이 있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넓적부리도요, 뿔제비갈매기, 검은머리촉새, 붉은가슴흰죽지, 시베리아흰두루미 등이 IUCN 적색목록에서 ‘심각한 멸종위기종(CR)’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갯벌 매립과 개발, 환경 변화, 농약과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멸종 소식이 전해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 질문을 남긴다.
다음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우리가 지키기에 지나친 아름다움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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