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작년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코끼리바다표범 무리를 휩쓸었던 아르헨티나 바닷가에서는 올해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든 코끼리바다표범만이 번식지를 찾았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해양 포유류간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전파될 경우 바닷속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페닌술라 발데스(Península Valdés) 푼타 델가다(Punta Delgada)에서는 뜻밖의 재앙이 코끼리바다표범 번식지를 덮쳤다. 어느 날 갑자기 개체군의 절반 이상인 약 17000여 마리가 한꺼번에 사망했고, 새끼들의 97%가 목숨을 잃었다. 연구진은 곧 집단 폐사의 원인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H5N1임을 밝혀냈다.
당시 코끼리바다표범 개체군을 모니터링해온 아르헨티나 야생동물보호협회(WCS)는 바이러스로 인해 번식력이 높은 암컷과 우두머리 수컷이 많이 희생돼 개체군의 회복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체수가 2022년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돌아온 올해, 번식지에 돌아온 코끼리바다표범은 예년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 다음 숙주는?
최근 UC 데이비스와 아르헨티나 농업기술연구소(INTA)의 과학자들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바다표범의 폐사를 일으킨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해양 포유류 사이에서 전파됐으며, 바이러스가 다시 조류나 다른 숙주에게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2020년 코로나 19가 발생할 무렵 확산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초기에 유럽에서 수만 마리의 바닷새를 죽인 후 남아프리카, 북미를 거쳐 2022년 말 남미에 도달했다.
이윽고 2023년 초 아르헨티나 내륙의 가금류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2023년 중반에 티에라 델 푸에고 인근의 바다사자에게 전파되면서 빠르게 북쪽으로 퍼져 해양 포유류와 제비갈매기 등 바닷새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남미에 도착한 이후 조류 숙주에 적응한 변종과 해양 포유류에 적응한 변종으로 분화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를 “전례가 없었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INTA와 로버트 코흐 연구소 아구스티나 리몬디 연구원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H5N1 바이러스가 해양 포유류 종에 적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조류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지역에서의 모니터링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H5N1이 다양한 종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 적응력을 높이며 새로운 숙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야생동물과 생태계 보전 방면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해당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아르헨티나 밖에서도 조류와 가축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H5N1은 미국에서도 이미 조류를 넘어 젖소와 돼지까지 전파됐다. 다만, 현재까지 인간 간 전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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