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한국 작가와 브라질 작가가 협업해 두 나라의 멸종위기 동물과 기후재난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 산불 현장에서 타고 남은 재를 작가가 직접 채집해 재료로 썼다. '계속 이렇게 살면 동물뿐만 아니라 인류가 살아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한국 작가와 브라질 작가가 협업해 두 나라의 멸종위기종, 기후재난을 작품에 담았다. (사진 Mundano 작가 인스타그램 @mundano_sp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한국 작가와 브라질 작가가 협업해 두 나라의 멸종위기종, 기후재난을 작품에 담았다. (사진 Mundano 작가 인스타그램 @mundano_sp 게시물 캡처)/뉴스펭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르케 라제(Parque Lage)에서 기후 재난을 주제로 한 그라피티(graffiti) 작품 <생존의 숲>이 전시 중이다. 작품은 브라질 문다노(Mundano)작가와 한국 레오다브(Leodav)작가가 협력해 그렸다.

그라피티는 거리와 벽 등에 페인트 스프레이 등으로 그린 거리예술이다. 종종 낙서로 평가되기도 한다. <생존의 숲>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르케 라제(Parque Lage)에서 기후 재난을 주제로 한 그라피티(graffiti) 작품 '생존의 숲'이 전시 중이다. 생존의 숲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사진 레오다브 작가 제공)/뉴스펭귄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르케 라제(Parque Lage)에서 기후 재난을 주제로 한 그라피티(graffiti) 작품 '생존의 숲'이 전시 중이다. 생존의 숲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사진 레오다브 작가 제공)/뉴스펭귄

그림 속 주인공은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와 브라질 리어스 앵무새(Anodorhynchus leari)다. 이들은 (그림 속에서) 기후 재난으로 파괴된 숲 속에 있다.

한국 호랑이로 알려진 '시베리아 호랑이'는 20세기 초 한국서 멸종돼 현재는 러시아와 중국 일부 지역에 소수만 남아있으며, 리어스 앵무새는 주로 브라질 북동부 건조 지역에 서식한다. 두 종 모두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목록 멸종위기(Endangered) 단계다.

레오다브 작가는 한국 민화 '까치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아 두 동물을 민화로 표현했다. 과거 전통 민화가 오늘날 멸종위기 동물 민화로 재탄생해 '기후재난 주인공'이 됐다. 

민화 '까치 호랑이' (사진 국립민속박물관)/뉴스펭귄
민화 '까치 호랑이' (사진 국립민속박물관)/뉴스펭귄

국립민속박물관 자료 등에 따르면 ‘까치 호랑이’ 속 호랑이와 까치는 각각 권력과 서민을 상징하며, 서민들이 권력을 향한 불만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사회 풍자 요소로 쓰였다. 힘 있지만 익살스럽고 친근하게 묘사된 호랑이와 이에 당당히 맞서는 까치는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생존의 숲> 속 호랑이와 앵무새는 서로 맞설 겨를조차 없이 등을 돌린 채 불타는 숲을 벗어나기에 바쁘다.

이들이 벗어나려는 숲은 문다노 작가가 브라질 각 지역 화재 현장에서 채집한 재로 그려졌다. 브라질은 2024년 들어 가뭄과 산불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 화재 범위는 브라질 국토 약 2.6%를 차지하며, 특히 아마존은 5천5백만 헥타르가 불에 타 다수 언론에 '지구의 허파가 불에 탔다'는 내용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배경 하단에는 SOS를 뜻하는 모스부호가 빨간색으로 표현됐다. 레오다브 작가에 따르면 문다노 작가와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브라질 화재 경보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래는 레오다브 작가가 <뉴스펭귄>에 전한 작품 의도다.

"지금은 파괴되지 않은 국립공원 안에 작은 캔버스 공간만이 불에 탔지만, 언젠가 반대의 모습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작은 캔버스만큼만 남고, 나머지 숲이 전부 불타거나 사막화되는 모습을요. 아마 올해 많은 분이 진짜 기후 위기를 느끼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준비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짧은 1년간 기후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꿀 수 없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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