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쓸모 다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업사이클'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다. 그런데 업사이클 재료를 새로 만들어 사고 팔면 환경에 도움이 될까?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  

 최근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양말목이 '업사이클링 재료'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최근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양말목이 '업사이클링 재료'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업사이클이 화두다. 함부로 버려지는 페트병 뚜껑을 모아 예쁜 소품으로 만들거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버려지는 양말목을 색색의 공예품으로 만드는 활동 등이 이런 취지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양말목이 '업사이클링 재료'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재활용 체험을 위해 페트병 뚜껑을 샀다는 판매후기도 보인다. 

재활용 체험하려고 페트병 뚜껑 산다?

페트병 병뚜껑이 다양한 색깔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인터넷 쇼핑몰 캡처)/뉴스펭귄
페트병 병뚜껑이 다양한 색깔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인터넷 쇼핑몰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취재를 종합하면 21일 기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만들기 재료'라는 이름으로 페트병뚜껑을 구매할 수 있다. 판매업체에 확인한 결과 공장에서 만든 '신제품'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지, 업사이클링 재료로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품 후기 등에는 '업사이클링 소품을 만들었다'거나 '아이들 교육(놀이)용 재료로 구매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유치원 준비물로 쓰이는) 병뚜껑이 부족할 때 쓴다는 후기도 있다.  실제로 일부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는 병뚜껑을 모아오는 등의 환경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병뚜껑 말고 다른 사례도 있다. '양말목 공예'다. 양말공장에서 남는 자투리(양말목)가 산업폐기물로 너무 많이 버려지면서 시작됐다. 역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먼지가 너무 날려 불편하다는 이유에서 편직기로 깨끗하게 만들어진 양말목이 꽤 많은 수량 판매되고 있다. 어떤 편직 양말목은 ‘업사이클링 재료’라며 판매된다. 

(사진 인터넷 쇼핑몰 리뷰 캡처)/뉴스펭귄
(사진 인터넷 쇼핑몰 리뷰 캡처)/뉴스펭귄

 

"유치원 교사에게 필요한 잇템" 아이들이 가져온 병뚜껑이 부족해서 구매했다는 리뷰다. (사진 인터넷 쇼핑몰 리뷰 캡처)/뉴스펭귄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재활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행동이 오히려 쓰레기를 늘린 결과라 지적한다. 고금숙 알맹상점(제로웨이스트숍) 대표는 “몹시 허탈했다. 결국 재활용이라는 외피를 쓴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작업이 제로웨이스트 활동처럼 포장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업사이클의 형식만 빌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본연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업사이클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 소장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병뚜껑을 받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업계에서도 “사람들이 뚜껑을 많이 가져왔다며 좋아하시는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이 들리기도 했다.

병뚜껑 모으기 활동을 진행했던 '플라스틱방앗간' 관계자도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환경연합 허혜윤 활동가는 이런 부분에 대해 "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전제하면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한편, 플라스틱 병뚜껑 수량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 자체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열 소장은 "업사이클링 자체가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업사이클링 교육으로 작품을 만들고 이를 버리는 경우 등이다.

홍 소장은 "재활용된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면, 폐기물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따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 업사이클링 작품이라고 한다면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폐기물 발생 억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업사이클링 재료’ 생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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