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4 포스터.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4 포스터. (사진 배진주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배진주 기자] 올해로 20회를 맞은 서울인디애니페스트에 수달이 등장했다. 이즈하라 아키히토 감독의 영화 <가와우소>에서다. 서울인디애니페스트는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다.

일본 수달의 멸종을 담다, 영화 <가와우소>

‘가와우소’는 일본어로 수달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수달은 이름만 남긴 채 멸종했다. 영화 <가와우소>는 수달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을 짙게 담았다.

영화는 소녀와 수달을 묵묵히 보여준다. 풀이 무성한 들판에 한 소녀가 우뚝 서 있다. 어떤 오래된 마을로 진입하자, 어디선가 수달이 등장한다. 수달은 소녀가 반가운 듯 쫓아 가지만 소녀는 외면하거나 성의 없이 반응한다.

여기서 인간과 수달의 관계성을 짐작할 수 있다. 소녀는 수달을 친구 삼지 않는다. 계속 쫓아 오는 수달에 기껏해야 아주 작은 관심, 공 한 번 던져줄 뿐이다.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녀와 그 옆의 수달 주변으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가와우소'의 한 장면. 소녀와 수달이 떨어지는 물건을 보고 있다. (출처 네이버영화)/뉴스펭귄
영화 '가와우소'의 한 장면. 소녀와 수달이 떨어지는 물건을 보고 있다. (출처 네이버영화)/뉴스펭귄

오래된 텔레비전, 확성기, 자전거 등등... 오래된 물건이 비처럼 쏟아진다. 맨 들판이었던 곳은 어느새 인간이 만들고, 쓰고, 버린 물건으로 가득하다. 소녀는 사라지고 수달만이 그곳에서 방황한다.

마치 물건처럼 수달도 인간에게 버려졌음을 암시한다. 이 생명은 주변의 것들과 부조화를 이룬다. 온갖 딱딱한 물체 곁 홀로 생명을 지녀서다.

일본 수달은 1979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에 일본 정부는 수달의 서식을 30년 이상 확인할 수 없다며 멸종종으로 지정했다. 메이지 시대 이후 개체수가 줄자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지만 소용없었다. 모피 사용을 위한 남획, 하천 오염 등 서식지 파괴로 수달은 살아남지 못했다.

일본 과학지 사이언스포탈에 따르면, 일본 수달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생물’이다. 이들은 멸종된 수달의 DNA를 분석하는 등 연구한 결과, 유라시아 수달과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내 이 수달의 멸종은 해당 종의 완전한 멸종임을 의미한다.

멸종된 일본 수달의 박제 표본. (출처 고치 현립의 이치 동물 공원)/뉴스펭귄
멸종된 일본 수달의 박제 표본. (출처 고치 현립의 이치 동물 공원)/뉴스펭귄

“그때로 돌아간다면 친구가 되어 줄 텐데...”

실제에선 몸을 숨길 새 없이 버려지고 멸종했지만, 영화 속 수달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감독은 작품 속에서라도 수달이 편안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의 수달은 온갖 문명을 뒤로 하고 자연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상영 내내 조용하다. 발소리만 나는 그런 적막함이다. 그러다 마지막, 수달을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담긴 노래가 극장을 꽉 채운다.

노래의 화자가 되어 쓴 <수달에게 보내는 편지>

수달아 안녕?

인사가 늦었다. 그것도 너무 많이.

조금 일찍 너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태어났을 때, 너도 아직 세상에 있었대.

우리 같이 살았었는데... 나는 아직 이렇게 있는데, 너는 사라졌어.

사람들 말로는 네가 멸종이란 걸 했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어졌대. 아아. 나는 그 말이 너무 슬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네가 아직 곁에 있던 그때로 말이야.

너와 친구가 될 거야. 그리고 널 지킬 거야.

수달아, 미안해.

나는 너와 친구가 되지 못했어. 사실 너의 존재를 잘 알지도 못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나도 모르는 새에 함께 했던 네가 그립다. 그리고 보고 싶다.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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