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배진주 기자] 최근 한 유명인이 방송을 통해 ‘반려 도마뱀이 번식에 성공했다’며 새끼 개체를 공개했다. 집에서 키우는 외래 멸종위기종의 번식은 해당 개체 종 보전에 도움이 될까? 생태 관련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야생동물 개인 사육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미디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행법은 일부 멸종위기종 사육을 금지하지 않는다
지난 9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새끼 도마뱀 한 마리가 등장했다. 지난 4월 가수 겸 작곡가 코드쿤스트가 들여온 도마뱀 한 쌍이 알을 낳아 부화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이 도마뱀의 '부모'가 방송에 등장했다. 당시 '에베나우이 리프테일 게코'라고 소개됐다. 나뭇잎을 닮은 외모와 발견한 학자 이름을 딴 명칭이다. 이 도마뱀은 외래 멸종위기종이다. 마다가스카르 북부에 서식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취약(VU)에 해당한다.
(ebenaui 학자 이름에서 딴 명칭 leaf-tailed 나뭇잎 꼬리 gecko 도마뱀붙이)
멸종위기종을 집에서 키워도 괜찮을까? 현행법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멸종위기종국제거래협약의 부속서(CITES)’의 규정에 맞게 허가받으면 수출·입이 가능하다.
CITES는 멸종위기종을 1, 2, 3급으로 분류한다. 1급은 상업적인 목적의 거래가 불가하나 2, 3급은 허가를 통해 상업적인 목적의 거래가 가능하다. 에베나우이는 CITES 2급이다.
CITES 지정 개체를 양도·양수할 때는 수입 허가증을 동봉해야 한다. 새로운 개체가 생겨도 신고해야 한다. 허가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3조에 따라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코쿤이 분양 받았다고 알려진 업체는 "해당 절차에 따라 관련 서류를 양도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종 ‘번식’에 이바지해도 ‘보전’은...
에베나우이의 서식지는 온 지구상에서 ‘마다가스카르 북부’로 매우 한정적이다. 그만큼 생태 조건이 특수하다. 특정 습도, 온도, 자외선 등을 필요로 한다. 새로 태어난 새끼 도마뱀에 코쿤은 “멸종위기 번식에 이바지”했다며 미소 지었고, 동료 연예인은 “집에서 번식하는 게 진짜 어렵다”라며 감탄했다.
서식지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사육하는 외래 멸종위기종의 번식 성공. 이런 사례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개인의 소규모 번식 사례로는 생태계 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야생동물을 개인이 키우는 경향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로 균형을 이룬다.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일부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어떤 개체가 감소하거나 증가하면 불균형을 초래, 생물다양성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고 보호하는 목적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립생태원 우동걸 연구원은 “모든 생물 종은 특정한 역할을 가져 어떤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다”라며 생물다양성이 보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개체의 서식지에서 이뤄진 종 보전은 생태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돕는다. 서식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서의 번식은 보전이 아닌 단순 번식에 그친다. 우 연구원은 “해당 서식지에서 번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멸종위기 동식물이나 야생동물을 집에서 개인이 키우는 건 ‘관리상 사각지대’를 만들 우려가 있다. 물론 누군가는 합법적으로 개체를 들여오고, 개체의 복지를 고려해 정성껏 보살피며 번식에 성공해 신규 개체가 생기면 신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무분별한 번식을 조성할 수도, 신규 개체를 신고하지 않고, 싼값에 팔거나 집 근처에 유기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런 사례가 발생해도 이를 막을 특별한 수가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목소리다.
동물권행동카라 최인수 활동가는 “양서류·파충류가 무분별하게 번식되고, 유기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외래종의 경우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꼬집었다.
최 활동가는 “허가증이 개인에게 넘어가고, 사육장이 개인의 집이 되는 것인데 잘 키우고 있는지, 법적인 절차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에 잠깐만 검색해 봐도 무분별한 번식장을 볼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외모적 특성으로 동물의 가치를 매겨 사고파는 상업적 관행,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가 큰 것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업계는 독특한 무늬, 특성 등을 가진 다양한 종을 원한다”라며,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려 해도 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라고 주장했다.
“매체에 긍정적으로 비치는 것 달갑지 않아”
미디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집에서 희귀 동식물을 키우는 게 매력적인 일로 보이게 한다는 목소리다.
도마뱀과 사육 환경은 방송에서 매력적으로 조명됐다. 나뭇잎 모양의 독특한 외형, 손가락 마디 하나쯤 되는 아담한 크기. 작은 생명체는 코쿤의 한쪽 손에 올라 반대 손으로 도약했다. 동료 연예인들은 연신 놀라며 “조그마해”, “너무 귀엽다”라며 반응했다.
코쿤이 조성한 사육장을 비출 땐 “울창한 숲이 초록색과 환한 빛으로 가득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생명들이 쑥쑥 자라납니다. 숲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의 소박한 일상까지”라는 내레이션이 나왔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도마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방영 후 SNS 등에는 '도마뱀을 키우고 싶다'는 글이 다수 보였다. 이를 두고 동물단체 관계자는 '달갑지 않은 경향'이라고 평가했다.
최인수 활동가는 “매체에 긍정적으로 비치는 게 달갑지 않다”라며, “규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우호적인 뉘양스의 방송이 양서류·파충류 사육에 대한 수요 증가를 일으키고, 무분별한 번식과 유기가 발생할까 우려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생태 환경을 잘 조성하고 정성껏 돌보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지만 최 활동가는 "잘 키운다고 해도 결국 감금과 전시"라고 주장하며 "동물원의 축소판"이라고 비판했다. 자연스러운 본연의 서식지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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