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로 만든 호텔에 들어간 멸종위기종 유럽햄스터. (사진 오스트리아 빈시 홈페이지 stadt wien)/뉴스펭귄
통나무로 만든 호텔에 들어간 멸종위기종 유럽햄스터. (사진 오스트리아 빈시 홈페이지 stadt wien)/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햄스터' 하면 주로 애완용으로 개량한 종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전히 야생에 사는 햄스터도 있다. 유럽햄스터가 그 예다. 그러나 유럽햄스터는 로드킬과 지구가열화로 서식지를 잃고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에 썩은 통나무를 쌓아 만들어준 햄스터 전용 호텔이 눈길을 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시는 한 유치원과 협력해 통나무로 유럽햄스터 전용 호텔을 지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햄스터가 자주 나타나던 유치원 앞마당에 통나무를 쌓아 집을 만들어준 것.

유럽햄스터는 주로 유럽 국가들의 넓은 초원에 살지만 도시의 공원이나 묘지, 운동장에 동굴을 파서 살기도 한다. 동굴 아래 집에는 거실, 창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정교하게 갖춰져 있다. 

하지만 지구가열화로 따뜻해지고 습해진 겨울은 유럽햄스터에게 치명적이다. 이 햄스터는 구멍을 깊게 판 다음 위를 눈으로 덮어 겨울잠을 자는데, 눈이 적게 오면서 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돼 생존을 위협받는다. 

그밖에도 산업화, 빛공해, 로드킬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2020년부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지정됐다. 도시에 사는 유럽햄스터들이 자동차에 치이거나 과도한 불빛에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잃는 것이다. IUCN은 현재 추세라면 유럽햄스터가 3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빈시는 올해의 야생동물로 유럽햄스터를 선정하고 도시 곳곳에 햄스터 호텔을 만들기 시작했다. 빈시는 그동안 도시에서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살 방법을 고민하며 '네트워크 자연'이라는 야생동물 보전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던 터였다.

(사진 IUCN)/뉴스펭귄

집을 만들어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럽햄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곳에 낡은 나무를 여러 층으로 쌓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위르켄 체르노호르스키 빈시 의원은 "처음 집을 만들고 몇 달 뒤 유럽햄스터가 이곳에 잘 적응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도시에서 생물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햄스터인 유럽햄스터의 몸길이는 최대 34cm로, 애완용으로 알려진 골든햄스터의 2배 크기로 자란다. 둥근 볼, 털이 가득한 귀, 넓은 발이 특징이다. 뺨에 최대 5kg 이상 곡물을 저장했다가 겨울잠에서 깼을 때 먹는다. 쥐와 달리 홀로 생활한다.

유치원 앞마당에 마련된 유럽햄스터 전용 호텔. (사진 오스트리아 빈시 홈페이지 stadt wien)/뉴스펭귄
유치원 앞마당에 마련된 유럽햄스터 전용 호텔. (사진 오스트리아 빈시 홈페이지 stadt wie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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