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의 지구인’터뷰⑯] '파타고니아' MPA 총괄자, 제이크 세트니카

  • 남주원 기자
  • 2023.08.03 09:20
 (사진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Not Mars. 화성은 됐고.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뉴스펭귄 사무실을 나오면 한동안 이 같은 강렬한 전광판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망가진 지구를 뒤로한 채 새로운 행성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이들을 향한 멋진 한방, 바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일침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역시 파타고니아'라고 중얼거리며 무엇인가 굳게 다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넘어 이제는 진정한 환경기업으로 거듭났다.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대대적인 노력을 보여온 덕분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니아층도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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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바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초대형 글로벌 캠페인에 나섰다. 일명 'MPA(Marine Protected Area, 해양보호구역)' 캠페인으로, 앞서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부터 전세계 파타고니아 모든 지사가 함께 전개 중이다.

한국에서는 경상남도 통영 일대 바다에 서식하는 '잘피'와 제주도 앞바다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잘피는 오염물질 정화와 탄소 흡수에 효과적인 토종 해초이며, 남방큰돌고래는 해양생태계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지구인터뷰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MPA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총괄한 제이크 세트니카(Jake Setnicka)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지사 마케팅·환경 매니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파타고니아에 몸담고 있는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 즉 비즈니스를 통해 지구를 지원하고 미래 세대를 돕는 일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제이크 세트니카 매니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제이크 세트니카는 2010년 파타고니아 유럽 서핑 사업부 매니저로 시작해 현재는 아시아태평양 지사 마케팅·환경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제이크 세트니카 제공)/뉴스펭귄
제이크 세트니카는 2010년 파타고니아 유럽 서핑 사업부 매니저로 시작해 현재는 아시아태평양 지사 마케팅·환경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제이크 세트니카 제공)/뉴스펭귄

Q.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A. "아주 오래 전, 파타고니아가 유럽에서 서핑 라인을 론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유럽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회사로 보냈다. 몇 번의 미팅을 통해 세부사항을 논의했고, 몇 달 후 회사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럽에서 서핑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Q.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마케팅·환경 매니저를 맡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A. "파타고니아의 훌륭한 제품과 활동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지사에는 한국부터 호주, 뉴질랜드까지 모두 포함된다. 운이 좋게도 정말 아름다운 문화를 갖고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렇게 멋진 장소와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의 이야기와 활동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Q. 그동안 파타고니아에 몸담으며 직접 참여한 환경보호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하는 동안 많은 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와 빅토리아의 원시림 벌목 중단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에서는 강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9개 보(댐)를 철거하는 ‘푸른심장’ 캠페인과 일회용 플라스틱 인식 제고를 위한 ‘Single Use Think Twice’ 캠페인을 진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파타고니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글로벌 해양 보호 캠페인 ‘MPA’를 기획했다."

 

파타고니아의 MPA 캠페인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확대를 위해 기획됐다. ‘해양보호구역’이란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해양문제의 주요 원인인 무분별한 남획과 개발 활동을 금지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해양보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파타고니아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해양 생태계의 실태와 해양보호구역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를 위해 지역 환경단체의 지원과 연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전세계 각지에서 해양보호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지역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 6편을 제작했다. 그중 2편은 통영과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각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지욱철 대표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출연했다.

 

Q. MPA 캠페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A. "2023년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파타고니아가 시작한 글로벌 해양보호 캠페인이다. 파타고니아 팀은 지역별로 스토리텔링, 영상, 이벤트, 행동 촉구, 풀뿌리 환경단체에 대한 지원금 등을 통해 현지에서 주도하는 해양보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프로젝트는 우리 캠페인의 중추를 이루며, 한국을 비롯한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 6월에 먼저 시작됐다. 그다음 단계로 북미, 일본, 호주의 프로젝트가 2024년 후반에 시작될 예정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서 근무하셨다. 그 덕에 운이 좋게도 자연이 보호되는 환경에서 자랐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직접 봤다. 우리가 땅과 바다를 보호하면 자연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우리를 도울 것이다. 인간은 건강한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이는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인간에 의한 자연 훼손을 막으려는 글로벌 의식과 커뮤니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더 깊이 참여하고자 한다. 자연환경 보호는 인간이 자연에게 회복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자연을 보호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

Q. 왜 통영의 잘피와 제주의 남방큰돌고래에 집중했나.
A. "자연은 다양성을 사랑한다. 잘피나 남방큰돌고래와 같은 자연에는 놀라운 질서가 있고, 우리는 그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컨대 해저 생태계의 붕괴는 종종 수면 위까지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돌고래 같은 대형 포유류는 먹이사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모든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한다."

잘피 보존을 위해 앞장서는 통영환경운동연합과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주 핫핑크돌핀스 이야기를 담은 파타고니아 다큐멘터리 포스터. (사진 파타고니아 제공)/뉴스펭귄
잘피 보존을 위해 앞장서는 통영환경운동연합과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주 핫핑크돌핀스 이야기를 담은 파타고니아 다큐멘터리 포스터. (사진 파타고니아 제공)/뉴스펭귄

Q. MPA 캠페인을 통한 환경단체 지원과 연대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A. "제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통영환경운동연합’의 지욱철 선생과 같은 지역 환경운동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 모든 캠페인 활동이 그들의 환경운동 목표와 조화롭게 어우러지길 바란다. 우리는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그들의 놀라운 활동을 대중에게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는 해당 지역들이 실제로 보호되고, 집행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 조성되도록 지방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Q. MPA 일환으로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6편을 제작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A.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바다의 딸(Daughter of Sea)' 필름 첫 컷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들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 친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영광, 파타고니아에서 함께 일하는 놀라운 사람들에 대한 겸손함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상영 투어는 앞서 6월 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처음 진행됐고, 올여름 더 많은 상영회가 예정돼 있다. 모든 필름은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상영회 참석의 가장 큰 장점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영화 전후에 환경운동가 연사와 토론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제이크 세트니카 매니저. 그는 '솔선수범'을 자신의 인생모토로 꼽으며 궁극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고,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제이크 세트니카 제공)/뉴스펭귄
파도 위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제이크 세트니카 매니저. 그는 '솔선수범'을 자신의 인생모토로 꼽으며 궁극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고,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포토그래퍼 팀 데이비스(Tim Davis))/뉴스펭귄

Q. 2010년부터 현재까지 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A. "입사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파타고니아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을 고용하는데, 나의 첫 상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했다. 그는 나에게 회사 차량 열쇠를 주면서 유럽 전역에서 서핑 라인을 판매하라고 했다. 나는 서핑 웻수트 샘플을 싣고 유럽 전역을 다니며 딜러들과 미팅을 했고, 미팅 전에는 서핑을 즐기기도 했다. 또 상사는 유럽 전체 서핑 사업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맡겼을 뿐만 아니라, 내가 거의 감독 받지 않고 올바른 방식으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신뢰해 줬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많은 성장과 자신감을 얻었다."

Q. 파타고니아 한국 지사만의 특징이 있다면.
A. "한국 지사는 매우 역동적이고 낙관적이며 이상주의적이다. 많은 구성원이 글로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여러 분야의 비즈니스와 활동을 경험하고, 자신이 뛰어난 분야를 찾아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정말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한국 팀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한국에 와본 적이 있나. 통영과 제주도에는 직접 가봤나.
A. "물론이다. 자주 방문한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통영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 9월에 방문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가봤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방문했을 당시 작은 파도에서 서핑을 즐겼는데, 다시 갈 때는 조금 더 큰 파도가 왔으면 좋겠다."

 (사진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지구를 위한 파타고니아의 의지가 드러나는 창립 50주년 기념 홈페이지 인사말. (사진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Q. 지금의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우리의 비즈니스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의 영향력도 커진다. 나는 해결책의 일부분이 되고 싶고, 회사는 매우 해결 중심적이다."

Q. 파타고니아를 오직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A. "겸손, 배려, 의욕적."

Q. 한국 정부나 기업에 바라는 점이나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국은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기업, 패션,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위대한 리더십에는 큰 책임도 따른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 즉 좋은 품질과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요구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파타고니아가 제작한 통영(잘피), 제주(남방큰돌고래) 다큐멘터리 풀버전을 시청하려면 아래 영상을 재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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