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때문에 안 들려"…음악 축제 소음에 고통 받는 박쥐들

  • 남예진 기자
  • 2023.07.25 15:14
박쥐는 대표적인 야행성 동물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박쥐는 대표적인 야행성 동물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야외 음악 축제가 인근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 연구진은 음악 축제가 박쥐의 삶을 교란시킨다고 영국생태학회지 '생태학적 해결책과 증거(Ecological Solutions and Evidence)'에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귀를 때리는 소음공해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야행성 동물은 소리에 의존해 먹이 사냥, 짝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므로 소음공해의 여파로 의사소통 저해, 거리감 상실 등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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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인근의 개활지에서 음악 축제 혹은 공연이 이뤄지기도 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숲 인근의 개활지에서 음악 축제 혹은 공연이 이뤄지기도 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그런데 최근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음악 축제가 증가하는 가운데 숲과 인접한 개활지에서 진행되는 축제 수도 증가 추세다.

사람들도 꺼리는 교통, 개발 등에 의한 소음과 달리 축제는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이뤄지기 때문에 소음에 관한 규제와 해결책이 미비하다.

결국 축제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인근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의사소통을 방해해 서식지 파편화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그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이 우려된다.

게다가 벌목, 관목 제거 등과 같이 영구적인 훼손을 통한 서식지 파편화를 가속하는 행위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공연이나 불꽃놀이처럼 일시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해선 연구된 바가 적다.

이에 연구진은 야외 음악 축제가 인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하기 위해서 대표적인 야행성 동물인 박쥐의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영국에서도 숲과 인접한 초원 혹은 목초지 10곳을 선정한 후, 2시간 동안 평균 98.74dB의 음악을 재생하거나 일상적인 소음(42.82dB)을 번갈아 재생했다.

이후 스피커로부터 2m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박쥐를 관찰했을 뿐 아니라, 20m, 40m 떨어진 지역에서 소음에 의해 어떤 현상이 발생했는지 관찰했다.

왼쪽부터 멧박쥐, 문둥이박쥐, 집박쥐. 이들 모두 애기박쥐과에 속한다. (사진 flickr Pierre-Selim, flickr Fyn Kynd, flickr Gilles San Martin)/뉴스펭귄
왼쪽부터 멧박쥐, 문둥이박쥐, 집박쥐. 이들 모두 애기박쥐과에 속한다. (사진 flickr Pierre-Selim, flickr Fyn Kynd, flickr Gilles San Martin)/뉴스펭귄

그 결과 멧박쥐, 문둥이박쥐는 음악 소리에 노출된 후 활동성이 47% 감소했으며, 소음공해에 덜 민감한 집박쥐도 활동성이 32%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집박쥐의 경우 스피커로부터 20m 떨어진 지역에서도 활동성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공연에 의한 소음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배스대학교 밀너진화센터의 엠마 스톤(Emma Stone) 박사는 "음악 축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박쥐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만 관목 울타리 등을 통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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