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 좀 하자!" 소음공해에 식물도 시름시름

  • 임병선 기자
  • 2021.04.15 17:20
피뇽 씨앗이 든 솔방울 (사진 snowpeak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인간이 만든 소음이 식물 번식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대, 미국 국립 진화이론센터 등 연구진은 뉴멕시코 래틀스네이크 캐년 서식지관리구역(Rattlesnake Canyon Habitat Management Area)에서 생태계를 관찰하고, 소음에 따른 조류와 포유류의 행동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담아 '소음공해가 생태적 서비스를 바꾼다 : 수분 증가와 씨앗 분산 교란'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했다. 

래틀스네이크 캐년 숲에는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데 쓰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장치는 최대 100데시벨(소음 측정 단위) 정도의 강한 소음을 지난 15년 간 지속적으로 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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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틀스네이크 캐년 (Peter Stevens - flickr)/뉴스펭귄

연구진의 관찰과 수분 활동 실험 결과, 장치가 있는 곳에서 캘리포니아덤불어치(Aphelocoma californica)의 수분 활동이 줄어들고 피뇽 씨앗을 먹는 설치류의 활동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래틀스네이크 캐년 숲에 지배적으로 자생하는 나무 피뇽(Pinus edulis)종의 개체수가 감소했다. 피뇽은 캘리포니아덤불어치에 번식을 의존한다. 

캘리포니아덤불어치 (사진 Msulis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반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 검은뺨벌새(Archilochus alexandri)는 오히려 소음이 발생했을 때 더 활발한 수분 활동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검은뺨벌새의 주 먹이가 되는 꽃 스칼렛 길라(Ipomopsis aggregata)는 번식 혜택을 얻었다. 

결론적으로 소음에 의해 생태계 교란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소음을 발생시켰던 장치가 제거된 뒤에도 이 지역 캘리포니아덤불어치의 행동양식이 이미 바뀐 탓에 식물 번식에 관한 악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새가 소음이 발생하는 지역을 잘 방문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인류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소음공해가 생태계와 야생동물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소음공해가 동물의 행동 방식을 바꾼다는 사실은 학계에 여러 번 보고됐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새들과 춤을'에는 서식지 인근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목소리를 따라 하는 바우어새가 등장하기도 한다.

소음공해로 인한 동물의 행동 변화와 생태계 위해는 육지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앞서 올해 2월 선박 운행, 해안선 공사 등 소음에 의해 해양생물의 행동, 생리적 특성, 생식 활동을 변화시키고 심하면 죽음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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