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여름이 온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데, 온갖 생명이 노니는 계절이라 생각하니 여름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말을 하는 이유는 며칠 전 취재하다가 난생처음 멸종위기종을 만나서다. 멸종위기 전문매체 기자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실제로 멸종위기종을 본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봤던 주인공 멸종위기종은 금개구리다. 잠자리를 잡기 위해 높이 뛰었다가 사냥은커녕 그대로 물에 빠지는 영상으로 유명한 그 개구리다. 영상 댓글에서 사람들이 "왜 멸종위기종인지 알겠다"고 반응할 정도로 사냥에 영 소질이 없는 모습은 가벼운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금개구리가 멸종위기인 이유는 인간 때문이다.
금개구리를 마주한 날은 무척 더웠다. 낮 최고기온 29℃. 말 그대로 초여름 날씨였다. 금개구리 서식지로 이동하는 길에 취재원을 향해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물을 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아직 정식 여름도 아닌데 이렇게 더우면 올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아득했다.
"여기 나왔네!"
그때 취재원이 소리쳤다. 조심스레 따라가니 저 멀리서 금개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번에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호색이 강했다. 눈으로 확인하자 뜨거운 대낮에 고생한 보람이 확 느껴지면서 이내 땀 흐르는 줄도 모르고 가만히 앉아 구경했다.
영상으로 볼 땐 어딘가 귀엽고 엉성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움직임이 거의 없어 진지하고 근엄했다. 오랜만에 진짜 자연을 마주한 듯한 기분 때문일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금개구리처럼 이 더운 날에도 힘차게 자라는 생명을 감각하는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끈적이는 여름도 조금은 수월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낱생명의 반대말인 '온생명'이란 인간과 자연, 개체와 집단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만물은 전체로서 생명을 유지한다는 뜻으로 과학자 장회익이 만든 단어다. 마냥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던 금개구리 덕분에 이번 여름을 생기 있게 잘 지내고 싶은 것도 나와 금개구리가 이어져 있는 온생명이기 때문이다. 온생명을 헤아리는 마음에서부터 더듬더듬 나아가다 보면 기후위기라는 시대의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곁엔 무더위에 유독 취약한 생명이 있다. 금개구리처럼 짝짓기를 위해 여름이 필요한 생명도 있다. 두 존재를 모두 떠올리며 이번 여름과는 조금 친해져 보려고 한다. 기후위기로 올해 여름이 얼마나 어색할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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