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에너지 전문가 '최원형' 작가 신작

'사계절 기억책' 출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우리는 주로 꽃의 화려함에만 관심을 갖곤 하는데 꽃이 진 자리를 살펴봐도 볼 게 풍성하다.”

생태·환경·에너지 전문가이자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이 신간 ‘사계절 기억책’을 출간했다.

최원형 작가는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작가로 일했다.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착한 소비는 없다’ 등 다수의 책을 펴냈고, 생태·에너지·기후변화와 관련해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사진 블랙피쉬)/뉴스펭귄
(사진 블랙피쉬)/뉴스펭귄

최원형 작가는 어느 책에서도 선보인 적 없는 100여 점의 세밀화와 함께 첫 자연 에세이를 펴냈다. 꽃과 나무부터 잡초라 불리는 식물까지, 익숙한 포유류와 조류부터 생소한 곤충과 양서류까지. 그간 인식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자연이 마치 눈앞에 있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무심코 스쳐 지나온 이웃한 동식물은 물론 잊혀져 가는 존재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지구상 700여 마리만 생존한 넓적부리도요, 육식산업 발전과 함께 멸종한 소똥구리, 수족관에서 지내다 제주 앞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밀렵으로 사실상 기능적 멸종 상태가 된 코뿔소, 동물원을 탈출해 도로를 누볐던 얼룩말 ‘세로’ 등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거나 사라져가는 존재들 역시 주목했다.

“날 수 있도록 새는 몸을 변화시키며 진화했다. 몸무게를 줄이려 이빨을 포기했고 뼈를 비웠으며 때로 먼 길을 이동할 때면 몸속 장기마저 최소화한다. 비우고 덜어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새를 보며 배운다”

그는 자연을 기록하며 인생을 배웠다. 길에 밟히면서도 널리 씨앗을 퍼트릴 수 있게 진화한 질경이부터 칼바람을 피할 수 있게 작은 방석처럼 잎을 펼치고 겨울을 나는 여러해살이풀들,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농부’라 불리는 지렁이, 온갖 재료로 자기만의 효율적인 둥지를 짓고 사는 세상 제일가는 건축가 새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식물을 통해 인간이 나아갈 길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새들을 위해 모이를 챙기는 일은 내 의무이자 공간 사용료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저자. 그는 기후위기의 희망으로 생명과 생명 간 연대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최원형 작가는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라는 말이 숱하게 들려오는 시대, 자연 속 크고 작은 생명을 기억하고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생명과 생명의 만남.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는 존재들과 그들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저자의 모습은 인위적 세상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아주 ‘무해한’ 자연의 위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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