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독특한 식습관을 가진 브라질청개구리(Xenohyla Truncata)가 벌처럼 꽃가루를 운반한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브라질 캄피나스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먹이사슬(Food Webs)' 6월호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개구리들은 곤충을 주식으로 삼으며, 사냥이 어려운 환경에서만 식물의 열매나 꿀을 섭취한다.
그러나 브라질청개구리는 꽃꿀과 과일, 씨앗 등 식물 섭취를 선호하며, 과일과 씨앗을 통째로 삼키기 때문에 종자를 퍼뜨리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브라질청개구리를 관찰하던 중 개구리가 브라질 우유과일나무(Cordia Taguahyensis) 꽃의 꿀을 섭취하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면서 머리 주변에 꽃가루가 묻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진은 "브라질청개구리가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로 그치지 않고 꽃가루 매개자로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벌과 나비 외에도 소형 포유류, 조류, 파충류 심지어 바퀴벌레 등도 식물의 수분 활동을 돕는다는 증거가 수차례 보고돼 왔다.
다만 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가 꽃가루를 운반한다는 사실은 이전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를 이끈 루이스 펠리페 톨레도(Luís Felipe Toledo) 연구원은 "양서류가 수분 매개자로 활동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해당 종의 행동에 무척 놀랐다"며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생태적 역할을 지닌 개구리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청개구리를 꽃가루 매개자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브라질 상파우루대학교의 식물학자 필리페 아모림(Felipe Amorim) 교수는 "개구리와 식물 간의 상호 작용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록 브라질청개구리가 꽃가루를 옮긴다 해도 개구리의 피부 점액이 꽃가루의 기능을 훼손함으로써 식물이 수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종이 다른 개구리들처럼 곤충을 선호하지 않고, 식물을 주식으로 삼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브라질청개구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준위협(Near Threatened, NT)'종으로 등재돼 있다.
주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으며, 사람이나 고양이의 공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만 연구에 참여한 데 올리베이라 노게이라(De-Oliveira-Nogueira) 연구원은 "해당 종의 독특한 생태학적 행동 덕분에 종 보호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라질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분 작용을 하는 양서류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이 종을 잃는다면, 식물과 양서류 간의 독특한 생태학적 상호작용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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