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홍조류가 갑각류를 통해 번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조류 생태 및 진화 과정 연구팀은 벌, 나비, 박쥐 등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듯, 갑각류와 홍조류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28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일반적인 수분은 식물에서 생성된 꽃가루를 암술로 이동시켜 같은 종의 식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해조류와 비슷한 해초는 꽃이 피기 때문에 갑각류들이 꽃가루를 옮겨 주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꽃도 피지 않고 포자를 통해 번식하는 해조류를 어떻게 도와준다는 것일까?
연구팀은 홍조류 그라실리아 그라시스(Gracilaria gracilis)의 유전적 성질과 번식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갑각류들이 해조류 주변에 돌아다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에 등각류들이 해조류를 은신처나 먹이 공급처로 이용할 뿐 아니라 조류의 '수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게 돼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원들은 수조 안에 홍조류 암수를 15센티미터 간격으로 배치한 뒤, 수조 절반은 갑각류의 일종인 이도테아 발티카(Idotea balthica)를 넣었고 나머지 절반은 홍조류 암수만 배치했다.
홍조류의 수분이 이뤄지면 암 배우체 표면에 거품 같은 낭과(홍조류에서 유성 생식의 결과로 생긴 과포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가 형성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낭과 개수를 세어 얼마나 많은 포자가 암 배우체로 이동했는지 수치로 나타냈다.
그 결과, 갑각류가 투입된 수조는 홍조류만 배치한 수조보다 수정 성공률이 20배 높게 확인됐다.
연구진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이도테아 발티카를 현미경으로 관찰했으며, 수 배우체 홍조류의 포자에 노출된 등각류를 암 배우체 홍조류만 심긴 수조에 투하했다.
현미경으로 관찰된 이도테아 발티카 표면에는 포자가 관찰됐으며, 추가적인 실험에서도 암 배우체 홍조류에서 낭과가 형성됐다.
연구에 참여한 밀리암 발레로(Myriam Valero)는 "기존에 알던 것처럼 홍조류 포자가 해류를 통해 퍼졌다는 사실이 틀린 얘기라는 것은 아니지만, 홍조류는 썰물 때 잔잔한 조수 웅덩이에서 주로 번식하므로 등각류의 역할이 더 두드러질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생물학자 콘라드 라반데이아(Conrad Labandeira)는 홍조류가 선캄브리아 누대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에 수분과 유사한 작용이 우리 예상보다 오래된 것일 수 있으며, 초기에는 갑각류의 조상인 절지동물들이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연구진은 다른 홍조류들도 '수분'을 하는지, 다른 갑각류들도 포자를 옮겨주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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