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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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충청북도 옥천군 금강 상류 강변에서 이원초등학교 학생들 손에 플라스틱 통 한 개씩이 주어졌다. 평범한 반찬통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통 안에는 멸종위기 어류 꾸구리가 4~5마리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금강 살리기' 일환으로 금강에 꾸구리를 풀어주러 왔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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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구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환경부가 지정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등재돼 있다. 길이 8~10cm 정도의 몸에는 여러 채도의 갈색이 줄무늬로 있다. 물살이 빠른 급여울부, 자갈이 많이 깔린 하천 상류에 서식한다. 꾸구리는 하천 개발 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꾸구리는 마치 고양이처럼 생긴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어류계 고양이’로 불리기도 한다. 꾸구리를 담은 통을 받아든 아이들은 연신 "귀엽다"고 외쳤다.

아이들이 강가에 서서 꾸구리를 풀어주는 도중,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들은 연신 “꾸구리를 멀리 보내세요”라고 소리 높였다. 연구원들은 강에 서식하는 동사리가 꾸구리를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강 중간으로 빠르게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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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화도 신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강 중간까지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꾸구리를 던질 수도 없는 노릇. 연구원들은 강가를 돌며 아직 멀리 못간 꾸구리를 잡아 강 중간으로 내보냈다. 연구원들은 이후 강 중간으로 가 큰 통에서 남은 꾸구리 개체들을 털어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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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유역환경청, 케이워터(K-water, 한국수자원공사) 등 정부기관은 21일 금강 대청댐 상류 일원에서 ‘금강수계 국가보호어류 복원 생명잇기 사업 업무협약식’을 열고, 멸종위기종 꾸구리 1000마리를 방류했다. 이번 꾸구리 방류는 ‘금강수계 생명잇기’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이번 꾸구리 1000마리 방류를 시작으로 당국은 올해 중 세종시와 부여군, 청양군에 미호종개 4000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뒤이어 2023년에는 같은 곳에 꾸구리 1000마리와 미호종개 3000마리를 방류하고 새롭게 옥천군과 충북 금산군에 어름치 1000마리를 방류한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에는 각각 동일 지점에 미호종개 3000마리, 어름치 2000마리를 금강으로 보낸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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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유역환경청은 3년에 걸친 멸종위기 어류 방류를 통해 금강 생태계를 복구하겠다는 구상이다. 멸종위기 어류 복원과 방류 조사 등은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가 담당한다.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방인철 교수는 또 이번 방류한 개체수에 어떤 의미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라 실제 생태계에 도움이 될 만큼 많은 수치"라고 답했다.

꾸구리 생태 설명하는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방인철 교수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꾸구리 생태 설명하는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방인철 교수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방인철 교수는 “모니터링을 위한 개체수 조사 시 잡힌 개체들이 대부분 예전에 방류한 개체였다. 자연 개체가 거의 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강 중 어류가 살기에 금강 환경이 제일 심각하게 나쁘다”면서 “단적으로 자연 개체가 거의 포획되지 않은 상황만 봐도 금강의 꾸구리는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업으로 방류한 개체들도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가 전담해 추적한다. 방류된 꾸구리들에게도 꼬리 쪽 피부 아래에 형광색 꼬리표가 삽입돼 있었다. 이 꼬리표는 사후 조사 시 꾸구리가 방류 개체인지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

꾸구리 꼬리지느러미 쪽 형광색 꼬리표를 보여주는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꾸구리 꼬리지느러미 쪽 형광색 꼬리표를 보여주는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앞으로 방류 개체가 잘 생존할지, 또 당국이 ‘금강수계 생명잇기’ 사업과 함께 하천 서식지를 지켜내는 데 성공해 금강 생태계 회복을 도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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